“이전지 주민은 당연히 싫다…첫 단추 소통부터 하자”

이전 필요성 공감하지만
지역 주민과 논의도 없이
밀어붙이기식 방법 반대

모든 가능성 열고 논의하자
정치권 양보하며 문제 풀어야

#좌담회 개요

인천일보가 개최한 군공항 이전 관련 '지상좌담회'는 ①전투기 소음 직·간접 피해를 받는 지역, ②새로운 군공항 건설로 피해를 우려하는 지역 두 개로 분류되어 있다. 5월12일부터 6월18일까지 만난 주민들의 의견을 중계한다.

#참석자: 윤영배(69·화성 육일3리), 안희돈(50·화성 마산리), 백승창(52·화성 매향리), 문미경(52·화성 석천리) 이상환(63·화성 상안리), 김효상(60·화성 궁평리)

Q. 군공항 이전, 어떻게 생각하나

▶윤영배 수원만 아니라 화성도 문제가 있다. 옛날 화성군 시절부터 이어졌다. 언젠가 해결을 해야 한다는 부분에는 공감하지 않는 주민들이 없다. 하지만 과정은 심각하게 잘못됐다.

▶안희돈 이전은 필요하다. 수원은 물론 화성 주민들이 여태 고통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 단, 모든 주민이 원해야 이전하는 것이 맞다.

▶백승창 이전이 필요해도, 우리 지역 이전은 안 된다. 수원시가 진행하는 것이며 수원 이득 사업이다. 화성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문미경 군공항이 화성으로 오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분석됐다는 얘기는 들었다. 하지만 매향리 주민들은 과거 '쿠니 사격장'으로 인해 고통받아왔다. 아직까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그런 것이 다시 온다고 하는데 누가 좋겠냐.

▶이상환 피해로 인해 다른 피해를 낳는 사업이다. 주민들의 의견도 없이 추진하고 있다. 이쪽 주민들의 행복권을 빼앗는 약탈자와 다를 것이 없다. 특히 종전 군공항보다 더욱 확대해 건설한다는데 그러면 화성 동부지역만 빠지고 전부 소음피해를 받는다.

▶김효상 선거 때만 정치인으로부터 이슈가 되고 그 이후엔 조용한 사업이다. 그래서 김진표 의원의 숙원인가 싶다.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군공항은 유사시 북한으로 빠른 출격이 가능해야 하는데 화성 화옹지구로 내려온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 소음 등 여러 피해가 있다지만 국가 안보적인 차원에서 맞지 않는다.


Q. 찬성과 반대 의견이 대립 중인데

▶윤영배 화성 주민 입장으로는 갑자기 수원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시와 주민들이 먼저 논의를 한 뒤 실행됐어도 늦지 않았다. 서부권은 이제 발전하려는데 군공항이 발목을 잡았다. 화성 안에서도 동탄 등 동부 쪽은 소음이 줄어드니 좋다지만, 서신이나 이런 곳은 땅값부터 관광까지 망할 수 있다. 밀어붙이면 안 되는 이유다.

▶안희돈 쉽게 말하면 '난 싫은데 너 한번 받아봐'이다.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꾸 보내려고 한다. 화성서부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고, 요즘 관광산업이 활성화되는 추세다. 군공항이 생기면 몇 분마다 전투기가 시끄럽게 하는데 동물이 살 수 있고, 관광객이 찾아오겠느냐.

▶백승창 찬성하는 주민들은 보상을 받고 떠난다. 땅이 없고 그냥 사는 주민들은 피해만 받아야 하는데 이런 불합리한 부분에 반대 목소리가 커진 것 같다.

▶문미경 달랑 집 한 채밖에 없는데 소음 들으면서 살라는 것인가. 보상 몇 푼에 조상 대대로 살아온 터를 내놓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상환 반대 주민들도 권리가 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지, 빼앗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라 일방적이다. 이쪽 주민들이 전부 반대하는 이유다. 찬성 주민들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왜 같은 피해 지역인 화성시로 옮기려는지 모르겠다. 내 고통을 바로 옆으로 넘기는 셈이다.

▶김효상 보다 세세한 연구와 분석이 필요한데 정치적인 논리가 오히려 찬·반 대립을 키운 듯싶다.


Q. 같은 피해지역이면서, 소통은 완전히 차단된 것 같다

▶윤영배 주민 간 소통으로 지혜를 모을 수 있다. 방법을 찾아야 할 것 아니냐. 수원이 추진한 이 사업은 7조 가량의 비용이 수반되는데 조달이 가능한지부터 의문이 제기된다. 수원과 정치인이 주민투표까지 언급하는 등 강행하면 갈등만 유발한다. 대화를 통해 뭔가 다른 대안을 만들 생각 안 하고 왜 자꾸 여기로 옮기려고만 하느냐.

▶백승창 찬·반 주민들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군공항 이전도, 민간공항도 한쪽에서 추진하고 있는데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지 않지 않느냐.

▶문미경 주민들이 백날 싸울 수밖에 없는 게, 군공항 이전에 관해 정보라든가 사업계획이라든가 누구 하나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준 적 없다. 그러면서 저 멀리서 안전하다, 안전하다고만 하는데 대체 누가 믿겠냐. 민간공항도 마찬가지로 갑자기 소문만 나고 나라님들이 공신력 있게 증명이라도 했느냐.

▶안희돈 수원 vs 화성이 아니라, 화성 vs 화성 갈등도 있다. 피해자는 당연히 옮기고 싶고, 이전지 주민들은 당연히 싫다.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답 없이 평행선을 달릴 것이다. 이제 의논해야 한다. 찬성 주민은 최적지가 화성이라는 논리를 철회하고, 반대 주민은 함께 협조할 마음을 가져야 한다. 화성으로 밀어붙이고, 민간공항이라는 꼼수까지 부리니 대화가 성립될 수 없다. 맨 첫 단계부터 소통해야 한다.

▶이상환 소통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수원의 찬성단체와 밥도 먹어봤다. 분명 국방부도 '화성시가 반대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국제공항 등으로 눈속임하려고 하니 대화가 단절될 수밖에 없다.


Q. 원하는 방향이나 대안은

▶윤영배 화성하고 수원이 힘을 합쳐서 군공항이 유사시만 가동되도록 만들자. 아니면 폐쇄, 다른 이전지역 물색 등 방법이 있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전략적으로 가능한지 아닌지를 따져야 하는 것이다. 일단 원점으로 돌아가면 풀 수 있다. 공무원 조직 다 해체하고 주민 간 대화창구만 운영하자. 양쪽이 준비팀을 꾸리면, 국가는 지원만 해주면 된다. 가능한 수를 모두 동원했는데 또 화성지역이 이전 최적지로 나온다, 그러면 또 받아들일 수도 있는 문제다. 과정을 생략하면 생략할수록 싸움만 남는다.

▶안희돈 수원과 화성은 역사적으로 형제다. 화성 의견 없이 이전이 추진된 것이니까 일단 철회하자. 그리고 국방부, 지자체 등 기관은 모두 빠지고 순수 주민들끼리 논의해서 방안을 찾아보자. 밑에서 결정하고 위로 올라가자는 말이다. 무조건 화성서부가 아니라 다른 지역이 원할 수도 있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점부터 시작하자.

▶백승창 대안이 있나 모르겠다. 매향리는 발전하고 있다. 쿠니사격장으로 54년 피해를 봤다가 이제야 집 보수, 관광시설 건립 등이 추진되고 있다. 동시에 환경도 보존해 어촌 사람들이 생활하고 외부 발걸음이 이어지는 곳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민간공항으로 더욱 발전될 수는 있겠으나, 정부차원의 보장도 없고 소음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문미경 사실 민간공항과 같은 발전 계기는 찬성의 가능성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주민들의 생활환경 보장이 돼야 한다. 소음공해가 전혀 없어야 하며, 큰 지원으로 주민 삶의 질을 더욱 좋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다면 나 같으면 굳이 반대 안 하겠다. 민간공항이 타당한지 검증해서 주민들에게 설명해라. 사전에 이해를 구한 다음에 이전을 논하면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본다. 우리 터전이자, 후손들의 자산이다.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세세히 전부 공개해라.

▶이상환 민주주의적으로 하자. 소통하고, 대화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서산 해미비행장을 키운다든지, 평택·오산 등 광역적인 유치 가능성을 보고 논의해야 한다. 화성으로의 전제조건은 빼야 한다. 나는 축산농가를 운영하는데, 수원·화성·오산은 같은 축협 공동체다. 관광이 발전하고 환경이 우수한 화성으로 보낼 이유가 없지 않은가.

▶김효상 딱히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답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아무리 반대해도 밀어붙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래, 정 이전을 해야겠다면 받아들일 만큼의 충분하고도 다양한 보상안을 갖고 제시라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Q. 21대 국회, 새정치인들에게 바라는 점

▶윤영배 정치권에서 풀어야 한다. 풀지 못하면 수원과 화성에 피해만 남긴 원흉으로 기록될 것이다. 지금 화성서부의 자연환경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정치인들이 따져보라. 프레임을 벗어나 양보하면서,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을 연구해라.

▶백승창 수원과 화성 모두 국회의원들이 진정성이 없다. 자기네들이 마을에 와서 정보교환하고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고 보고해야 정상이다. 나중에 피해 생기면 누가 책임지냐. 상대적 마음을 갖고, 주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고 싸우지 않는 지역을 만들어 달라.

▶문미경 사탕발림 발표는 오해만 낳는다. 다들 이해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송옥주 의원님이 마을마다 찾아다니며 의견을 묻곤 하셨는데 모든 의원도 현장에서 주민 소통에 주력했으면 한다. 만날 싸우고, 언제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하는 삶을 벗어나고 싶다.

▶안희돈 국회의원들은 먼저 양쪽 주민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 체험하라. 그리고 방향성을 재정립했으면 한다. 수원과 화성이 모두 민주당인데, 서로 머리를 맞댔으면 좋겠다. 주민들은 답 없는 싸움만 계속해야 한다. 사전조사부터 시작해서 주민 대책을 수립하고, 옮기기까지 차근차근 밟았으면 한다.

▶이상환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현실이 답답하다. 우리 지역 주민들을 제대로 살펴봐 달라.

/글·사진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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