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대책 이후 남동구 아파트값 평균 6.01%
상승률 상위 30곳 평균 20.61%까지 치솟았지만
대부분 GTX-B 호재 업은 인천시청역 인근과
논현지구 신도시 물량·재건축 기대 높은 만수주공

주변 매매가 상승에 전셋값도 껑충 세입자 한숨만

2000년 이전 건축된 구축아파트 오히려 하락
2%대 이하 상승률 보인 단지도 전체 28% 수준

“저도 얘기는 들었어요. 남동구 집값이 장난 아니게 오른다고요. 근데 1000세대 넘는 우리 아파트는 10년 전이랑 지금이랑 집값이 똑같거든요. 심지어 요즘 시세가 조금 내려갔단 말이죠. 동네 주민들끼리는 '계속 임대 수요가 있고 주변에 30년 넘은 아파트들이 많으니까 재개발·재건축 기대하면서 조금만 참고 기다리자'고 서로 다독이고 했는데 참네, 갑자기 투기과열지구라니….”

인천 남동구 만수동 모 아파트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정부가 내놓은 6·17 부동산 대책에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집값 상승 재미는 커녕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 자신 입장에선 이번 남동구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 6·17대책을 통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수도권 전역으로 대폭 확대했다. 인천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여기에 더해 남동구와 연수구, 서구는 투기과열지구로 묶었다. ▲남동구 집값 상승 주역 'GTX-B, 신도시'

대체 남동구 집값이 얼마나 올랐길래 정부는 투기과열지구라는 초강력 규제 수단을 동원했을까.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남동구 아파트값은 작년 9월2일을 기점으로 41주 연속 오름세다. 지난해 정부 12·16대책에도 상승 곡선은 꺾이지 않고 오히려 2월 중순부터는 매주 0.1~0.4%대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동안 부동산 대책 초점이 서울이나 경기 일부 지역으로 한정돼 있다 보니, '풍선효과'라는 반사이익을 누린 것이다. 12·16대책 이후 6월15일 현재까지 남동구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은 6.01%다.

한국감정원이 부동산테크 홈페이지에 공시한 남동구 141개 아파트 단지 매매 평균가를 지난해 12월16일과 6월15일 현재 두 기간 기준으로 분석했다. 연수구 경우 송도국제도시라는 신도시와 기존 동춘동, 청학동, 선학동 등 원도심 간 차이가 극명했다면 남동구는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가격 변화 분위기가 갈렸다.

확실한 건, 남동구에서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단지들은 주로 인천1·2호선 환승역이자 GTX-B 노선에 포함된 '인천시청역' 근처이거나 논현지구 등 신도시 물량이라는 점이다.

남동구 141개 단지 가운데 지난 12월16일부터 6월15일까지 가격 상승률이 높은 순으로 30위까지 줄 세웠더니 인천시청역 반경 1.5㎞ 이내 14개 단지, 논현·서창지구 9개 단지였다. 나머지 5개 단지는 재건축·재개발 기대감이 높아진 만수주공 일대다. 해당 기간 이들 30개 단지 매매가 상승률은 평균 20.61%에 이른다.

 

▲정부 12·16대책 이후 남동구 아파트값 10%는 떨어졌다

남동구 전체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6% 넘게 뛸 동안, 오히려 시세가 내려간 단지는 14곳이나 된다. 남동구 총 아파트 단지(141곳)에서 10%에 이르는 비중이다. 14개 단지 중 2개 단지를 제외하고는 1980~1990년대에 지어진 구축들이다.

각자 사정을 살펴보면, 재건축·재개발 기대감이 높은 만수주공 관련 단지들이 10% 넘는 상승세를 보일 때, 인접한 만월산 기슭 단지들은 많게는 3% 넘게 가격이 하락했다. 만월산터널 초입 간석동 단지들끼리라도 어떤 곳은 10% 넘게 오른 반면, 대로변 아파트 단지 2곳은 각각 -2%, -2.32% 가격 증감률을 보였다.

아파트값이 감소한 단지를 포함해 2%대 이하 상승률을 보인 남동구 단지들은 모두 40곳이다. 만수동이 18단지로 가장 많았고 간석동 11단지, 논현동과 서창동 각각 3단지, 남촌동과 구월동 각각 2단지 도림동 1단지 등이다.

남동구 한 공인중개사는 “연수구나 서구에선 신도시 존재감이 확실해 신도시, 원도심 가격 격차가 분명하지만 남동구는 현재 서울 접근성 향상 관련한 교통 호재, 재개발·재건축 바람, 신도시 물량 확장 등 다양한 요인들이 혼재되면서 아파트 단지 단위로 '운명 공동체'가 돼 가고 있다”며 “복잡한 지역 사정을 반영한 핀셋 규제가 아닌, 지금과 같은 지자체 단위의 획일적 규제는 집값 상승과 멀었던 3자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 이면엔 등골 휘는 세입자

남동구 논현동 한 아파트에 사는 김선주씨는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전셋집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다. 그가 사는 전용 면적 109㎡ 아파트 주인은 재계약 조건으로 전세 가격을 1억원 가까이 높여 불렀다. 2년 전에 전세 보증금 2억원 정도 주고 들어온 집이다.

선주씨는 “아이들 학교 문제 때문에 멀리 이사갈 수는 없고 기존 짐들이 있어 평수 줄이기도 어렵다. 논현동은 물론이고 주변에서 전세 매물 찾기 힘든 데다 시세는 크게 올랐더라”며 “요새 부동산 시장이 뒤숭숭한데 무리해서 빚 더 내 집 사기도 고민된다. 어떤 게 정답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남동구 141개 아파트 단지 전세 평균가 변동을 매매 평균가 변동 산출과 같은 방식으로 분석했더니 지난 12월16일부터 6월15일까지 전셋값이 조금이라도 오른 남동구 단지는 전부 105곳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19개 단지는 해당 기간 평균 전셋값이 10% 이상 급등했다. 단순 계산으로 전세 가격이 10% 오르면 기존 보증금이 2억원이던 아파트가 2억2000만원으로 뛰는 셈이다.

정부는 전세대출이 갭투자에 활용돼 전세값을 밀어 올려 결과적으로 집값을 상승시켰다고 보고 있다. 집값 안정화를 위해 이번에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 '갭투자 차단'에 초점을 맞춰 수도권 등 규제 지역의 전세대출 조건을 한층 강화한 이유다.

일각에선 남동구와 같이 신규 투기과열지구에선 앞으로 전셋값 상승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기과열지구라는 규제와 코로나19 등으로 매매 시장이 약세를 보일수록 임대 시장 수요를 유지시킨다는 것이다.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인천지역 지정이 지역 사정에 맞게 초정밀로 이뤄지지 않으면 선량한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는 대목이다.

/김원진·곽안나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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