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진 대이작도 100원 버스 기사]


30년 군생활 전역 후 찾은 제2의 삶
정장까지 챙겨 입으며 직업정신 발휘
어르신들 위한 마스크와 사탕은 '덤'

“오늘 하루도 행복을 안고 대이작도 구석구석을 누빕니다.”

정철진(54·사진)씨가 인천 옹진군 대이작도에서 '섬마을 100원 행복버스' 운전기사로 활동한 지 약 1년이 됐다. 그는 30여년 간 군 생활을 한 후 전역을 해 고향인 대이작도로 돌아와 행복버스 운전기사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행복버스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교통 취약 주민들의 이동권 편의를 위해 마련됐다. 주민이 전화로 행복버스를 부르고 100원의 이용료만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는 공공형 콜 버스 방식이다.

“대중교통이 없는 대이작도에 지난해부터 행복버스 2대가 운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2명의 운전기사가 배정돼 있었는데 한 분이 6월쯤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게 되면서 제가 운 좋게도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정씨는 준비된 운전기사였다. 전역을 앞두고 사회 적응 기간을 보내면서 택시와 버스운전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한 달에 보름 정도 운전하는 그는 행복버스 운행을 위해 매번 정장을 입는다. 그의 직업 정신을 엿볼 수 있다.

“30여년 동안 군복을 입다 보니 정장을 입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의복을 통해 그 직업에 대한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장 착용으로 주민들에게 깔끔하고 전문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정씨의 버스에선 덤으로 맛있는 사탕도 즐길 수 있다. 주 고객층인 어르신들을 위해 그가 사비를 들여 준비한 것이다. 작은 사탕에 오가는 웃음은 그가 행복버스를 운전하는 원동력이라고 한다.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 소소하게 생각해 낸 것이 사탕입니다. 제가 준비를 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고 어르신들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외딴 섬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매일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챙기는 것도 정씨의 일상이 돼버렸다.

“어르신들이다 보니 가끔 깜빡하고 마스크를 집에 두고 오는 경우가 있어 여분 10여개를 미리 구비해 뒀다 드립니다. 차량 탑승 전엔 소독제를 권유해 위생을 철저히 지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는 행복버스로 대이작도 곳곳을 누비며 주민들에게 행복을 전달하고 싶다고 한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힘이 닿을 때까지 하고 싶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습니다. 행복버스로 지역 주민들의 삶이 윤택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