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난청·고도제한 … 고통을 후손까지 이을 순 없다”

피해지역 주민들 고통 호소
인권과 안전 문제 강조
이전 지역에 확실한 지원 주문
'고통 떠넘기기'는 오해
정치권·국방부에 중재 당부

 

#좌담회 개요

인천일보가 개최한 군공항 이전 관련 '지상좌담회'는 ①전투기 소음 직·간접 피해를 받는 지역, ②새로운 군공항 건설로 피해를 우려하는 지역 두 개 분류로 나뉘어 있다. 5월12일부터 6월18일까지 만난 주민들의 의견을 중계한다.

#참석자 : 한길수(69·수원 평동), 김진학(52·수원 평동), 차혜경(53·수원 고색동), 김용배(68·화성 황계동), 윤여일(70·화성 반정동), 안종식(64·화성 동탄1동), 김용택(70·화성 병점1동), 한현희(63·화성 황계동)

Q. 군공항 이전, 어떻게 생각하나

한길수 세 가지다. 국방력 강화, 주민 피해 해소, 지역발전. 이전은 당연하다. 현 군공항은 제구실을 못 한다. 밀집인구 속에 운용되다 보니 안전 측면에서 비행도 쉽지 않다. 고색동 등 주민들은 60~70년 소음, 고도제한 등 피해를 받았다. 고통을 후손까지 이을 수 없지 않은가.

▶김용배 도시가 팽창됐다. 화성 병점·태안·안녕·봉담 지역이 아파트로 이뤄졌다. 주민들은 수십 년 동안 소음에 시달렸다. 모기가 있는 듯 '윙윙' 소리가 나서 동탄한림대병원을 가보니 난청 진단을 받았다. 여기 열화우라늄탄이 133만발 있다. 한번 터지면 반경 5㎞ 안에 있는 동탄신도시까지 다 피해 본다.

윤여일 지금 평화, 평화하지만 우리나라는 늘 북한과 일본 등의 위협을 받는다. 그런데 군이 제대로 훈련을 못 한다는 것, 납득하기 어렵다.

▶안종식 내가 사는 동탄신도시는 간접적 피해 지역이다. 건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는데, 시내 한복판 군사시설은 어느 곳이든 이전하는 게 맞다. 주민 누구한테 물어봐도 빨리 옮기라는 의견이 많다.

김진학 오래 소음피해를 겪어서 이젠 무뎌졌으나, 전화통화를 할 때 확 체감한다. 요즘 전투기가 진짜 많이 뜬다. 농담으로 조종사 얼굴이 보일 정도로 가깝다. 직업에 차질도 있어 옮겨야 한다.

차혜경 엄마로서 아이들의 피해가 심히 우려된다. 우리 아이들 어릴 때 전투기가 뜨면 경기를 일으켜 대신 귀를 막아주기도 했다. 그뿐이랴, 학교에서 제대로 공부도 못하고 집에서 과외공부를 하기도 어렵다. 방음창 설치해도 다 뚫린다. 워낙 가까워서 그렇다.

김용택 화성시민들이 받는 피해, 후손에게 그대로 물려줄 수 없지 않나. 화성시와 수원시가 싸울 문제가 아니고, 후손들의 피해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인권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한현희 재산권 침해도 심각하다. 개발을 아예 못하니 마을에 발전이 없다. 탄약고 등 군공항 시설이 굉장히 낙후돼있는데, 그 위험성을 주민이 안고 사는 게 말이 안 된다.

김용배 세금낭비도 있다. 2022년쯤 '군 소음법' 시행에 따라 일대 수십만명이 겪는 소음에 대한 보상을 다 해야 한다. 지금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지원금 예산은 싸움도 안 되는 수준으로, 천문학적인 돈이 정기적으로 낭비된다.
 

Q. 찬성과 반대 의견이 대립 중인데

김용배 새 군공항은 430만평으로, 기존대비 2.7배 규모다. 소음완충구역, 탄약고 지하화 등으로 민간의 피해를 없애는 것이다. “현재 구조를 개선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나온다. 누군들 안 그러고 싶겠나. 수십만명의 주민과 주택, 각종 인프라가 가득해진 기형적인 상태여서 당장 이주 보상만 계산해도 불가능하다.

윤여일 반대하는 사람들은 “우리는 피해 봐도 된다는 거냐”고 항변한다. 하지만 지금 찬성하는 사람들이 “당신들이 피해 대신 받아”라는 논리를 펴는 것이 아니다. 발표 자료를 보면 매향리 등의 소음피해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왔다. 화옹지구는 개발이 이제 막 시작인 간척지라 피해 없이 재구성이 가능하지만, 현 부지는 '불가능'하다는 게 핵심이다. 피해를 전가하는 것이 아니고, 해결하자는 것이다.

한길수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당연히 찬성할 것이다. 화성 서부지역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역시 피해받은 화성 동부지역은 반면 찬성이 많다. 찬·반 모두 공감한다. 그러나 본질이 있다. 이 사업은 양 지역 피해를 해소하고, 서부에 미진했던 개발을 일궈낼 수 있게 된다. 오해가 너무 많다.

차혜경 사업의 목적도, 주민들이 서로 말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반대 주민들이 수긍할 만한 대책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
 

Q. 같은 피해지역이면서, 소통은 완전히 차단된 것 같다

윤여일 화합해야 한다. 지자체의 개입이 감정의 골을 키운다. 2017년 헌법재판소가 화성시가 군공항 예비이전 후보지 선정을 취소하라며 국방부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은 재판관 전원일치로 각하결정 났다. 자치권 침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지자체가 일방적인 판단을 보류하기 바란다.

김용배 군공항 이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100대 국정과제' 안에 있다. 국가 정책인데 지자체에 맡기다 보니 수원과 화성은 평행만 달리는 듯싶다. 국방부에 어떤 권한을 줘서 정책실행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길수 “수원이 화성에 피해를 넘긴다”는 잘못된 인식부터 해결하자. 수원과 화성은 역사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공유하는 지역이다. 왜 이 사업이 추진됐는가. 수원과 화성 도심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군사시설이라는 사유로 수십 년을 참아왔다. 간신히 피해 없애는 정답을 찾았다. 한쪽의 이익만을 주장하면 안 된다. 선입견을 좀 풀어야 한다.

김진학 군공항을 화성 화옹지구로 이전하면 동→서 방향, 바다 쪽 비행으로 소음을 해소한다고 하더라. 우리는 그런 점에서 옮겼으면 한다는 것이지만, 화성 시민들로서는 당연히 걱정될 것 같다. 충분히 풀 수 있는 오해가 많다. 이런 식으로는 시민끼리 분쟁만 커진다.

차혜경 반대쪽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없다. 뭐라 알려주고, 우리가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이런 과정이 없어 아쉽다.

안종식 동탄신도시에서도 개개인 의견을 보면 관심이 있는 경우가 많으나, 실제 토론회 같은 공론화 움직임은 소극적이다. 이게 공중에 붕 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으로 나섰다가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니 그런 듯하다.
 

Q. 원하는 방향이나 대안은?

김용배 화옹지구는 개발에서 소외된 곳이었다. 요즘 남양이나 서신, 송산 등이 요즘 관광·레저·문화·환경도시로 기틀을 잡아간다. 여기에 국제공항, 즉 군·민 통합공항까지 건설된다면 우리 화성이 서울 다음으로 큰 도시가 된다. 2030년쯤 되면 인천공항의 항공수요가 포화한다는 논리는 주민들이 한 게 아니고, 전문가들 얘기다. 수도권 다음 공항은 화성시여야 한다.

윤여일 새로 들어설 군공항은 바다 쪽 이륙과 시설 등에 대한 각종 최신화로 소음피해를 최소화한다고 한다. 이 부분을 준수할 수 있는 방안을 국방부에서 명확히 제시했으면 한다. 국제공항이 들어서면 전철과 고속도로가 함께 건설되는데, 이 같은 방안을 포함해서 중심지역으로 낙후된 서부에 비즈니스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는 지름길도 마련해줬으면 한다.

안종식 우리나라가 코로나도 심각하게 겪고 있지만, 앞으로는 수출이 국력을 좌우하게 된다. 대통령은 SOC(사회간접자본)로 활로를 찾겠다고 공언했다. 그중 하나인 국제공항을 건설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관광객 유치 등 어마어마한 효과가 나올 것이다. 정부가 면밀히 사안을 검토하고, 널리 알려서 주민들이 평가하도록 하자.

한길수 나는 경기도 여러 지역 주민들과 전문가들이 말하는 국제공항에 쓴소리하겠다. 이것은 시기상조다. 갈등만 키운다. 군공항 이전은 피해 해소로 촉발됐으며, 특별법 절차대로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군공항을 우선 이전 뒤 주민 편의 차원에서 국제공항으로 접근하면 모르겠다.

한현희 100% 완벽한 사업은 없지만, 오해가 문제다. 대표적인 것이 소음피해를 다른 쪽으로 전가한다는 내용이다.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주민이 자체적으로 기구를 하나 만들었으면 한다. 이 기구에서 찬·반을 아울러 발전계획, 대안 등을 논의하는 것이다. 만나는 것과 만나지 않은 것은 천지 차이다.

윤여일 대표성 있는 소통기구를 만들면 갈등을 줄일 수 있고, 나아가 새로운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차혜경 우리 지역주민은 군공항으로 인한 피해를 잘 알기 때문에 피해를 화성시로 넘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설계상 피해가 없고, 각종 개발 수혜를 준다고 하는데 정부가 정식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국제공항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화성 주민들이 불안을 해소하지, 찬성 주민들과 수원시만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이냐. 반대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방안을 제시하면서 절차를 밟았으면 좋겠다. 특히 개발지원은 문화·복지·산업시설 등 다양한데 화성 서부지역 주민들이 선택하도록 우선 권한을 줬으면 좋겠다.


Q. 21대 국회, 새 정치에 바라는 점

한길수 지역 간, 주민 간 의견이 다르다. 제발 여러 당사자를 만나서 대화해라. 또한 당사자끼리도 소통할 수 있도록 중간 역할을 해라. 찬성이나 반대나 현시점에서 제일 답답한 사람은 주민들이다.

김진학 자신의 의견을 띄우려 하지 말고 주민과 소통한 뒤 그 결과를 띄워라. 학생들에게 배우라고 현장체험 보내면서, 어른들은 움직이질 않는다. 반성해라.

김용배 정치는 갈등을 풀기 위해 존재한다. 국가와 국민의 미래가 걸린 사업이다. 몇 번 강조하지만 대립하지 말고, 화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한현희 국민 안전을 봐 달라. 지역발전의 기회도 있다. 이제 손을 봐야 한다. 우리 지역구인 권칠승 의원은 주민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다. 군공항 이전을 공약으로 걸기도 했는데 관련해 토론회를 개최해줬으면 한다.

차혜경 흐름이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다. 왜 이전이 중요한지, 왜 찬·반이 있는지 조사라도 해본 국회의원은 없다. 앉아서 따지지 말고, 수원과 화성 주민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들어줬으면 한다. 정치에서 움직여야 국방부 공무원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겠느냐.

김용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의견이 서로 다르다. 정치가 개인을 추구하는데 어찌 주민들이 손을 맞잡을 수 있겠나. 피해가 없는 도시, 먹거리가 있는 도시로 나갈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해 달라.

안종식 주민 의견을 들으려고 정치를 하는 것인데, 현재 너무 단방향이다. 동부권 주민들이 정치권에 의견을 전달하면, 기초적인 조사라도 나서줬으면 한다.

/글·사진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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