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고착화된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

- 김성태 경기문화재단 수석연구원

도 면적 35.7% 출입금지와 개발제한
경기북부 경제발전 막는 걸림돌 작용

개성학·군사문화 기록·피난민 1세대 관심
접경지역 주민 구술사·유엔군 유해 발굴
미래유산으로 군사시설 기록 보존 등 제안

 

 

▲ 김성태 경기문화재단 수석연구원
▲ 김성태 경기문화재단 수석연구원

 

한국전쟁이라고도 부르는 6.25전쟁. 3년 전쟁으로 우리 국토는 단군 이래 최고의 인명피해와 물적 손실을 보았고, 그 실상은 참혹하기 그지없다. 특히 경기도는 전쟁 과정에서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큰 피해를 입었다.

전쟁의 피해보다 심각한 점은 전후 분단이 고착화와 군사적 대립으로, 이는 경기지역의 경제를 극히 위축시켰을 뿐만 아니라 지역 간의 교류가 불가능하게 되어 유통 기반도 심각하게 파괴했다. 경기도 면적의 35.7%가 정전체제에 의해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거나 개발이 제한되는 땅으로 남게 되었다. 군사적 긴장과 북쪽의 철벽은 기업의 투자를 막아 경기북부의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굴레로 지난 70년 동안 작용했고, 앞으로도 경기북부의 발전을 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경기도민에게 6.25는 먼 옛날의 이야기도, 나와 무관한 남의 이야기도 아니다. 현재 6.25와 그에 따른 분단의 고착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이런 분단 현실은 구조적 문제로 쉽게 풀릴 사안도 아니며, 언제 해결될 지도 가늠할 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경기도는 통일을 대비하면서도 6.25 70주년을 맞은 바로 지금, 여기서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야 하겠다.

우선, 학술적으로 개성학을 경기도가 책임져야 하겠다. 개성은 6.25 이전 경기도에 속했다. 문화적으로 볼 때 임진강 이북의 파주와 연천을 포함하는 개성문화권의 중심이었다. 이처럼 개성지역은 경기도문화라는 큰 틀에서 연구되어야 하고, 경기도와 관련성에서 접근해야 한다. 개성학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경기도의 역사와 문화로 완전체가 될 수 있기에, 경기도가 개성학을 선점하고 연구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접경군사문화의 기록화이다. 정전 이후 주한미군이 경기북부의 요충지에 자리하면서 기지촌문화가 생겨났고 파주 금촌, 동두천 보산동 등과 같은 인근 지역의 경제 발전과 쇠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런 미군기지의 반환으로 기지촌 문화도 역사 속으로 곧 사라질 것이고, 경기도만이 지닌 독특한 지역 문화이므로 문화콘텐츠의 보존 차원에서 전략적 기록보존에 앞서야 하겠다.

셋째로, 접경지역 주민에 대한 구술사이다. 분단의 고통과 피해를 직접 겪은 것은 접경지역의 주민이다. 민통선 지역, 군사보호지역으로 자기 삶의 터전이 법적, 행정적 제약을 받으면서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가장 차별적 대우를 받았고, 한편으로는 군사적 긴장 속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 접경문화의 기록 차원과 앞으로 그들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기초자료조사 차원에서 사회학적 구술조사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넷째로, 피난민 1세대에 대한 관심이다. 6.25 와중에 서해안 일대의 북한 주민들은 바닷길로 인천으로 피난ㆍ정착하였고, 황해도와 평안도 내륙의 주민들은 파주를 중심으로 하는 경기 북부 지역에 정착하였다. 그들은 종전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갈 꿈에 자신의 고향과 가장 가까운 경기도 북부의 접경지역에 주로 자리를 잡았고, 아무리 멀리 가도 수원과 평택을 벗어나지 않았다. 경기도는 북한 피난민의 제2의 고향이라 할 수 있고, 이 역시 경기도만이 지닌 문화콘텐츠이다. 이에 피난민 1세대들을 대상으로 그들을 생애를 기록하는 작업이 긴요하다. 그분들의 또렷한 기억을 담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고, 또 그들의 구술을 통하여 경기도 현대사의 일면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로, 유엔군 유해 발굴이다. 경기도는 6.25 격전지였고, 유엔군이 처참한 패배를 당한 곳이 여기저기 산재했다. 오산의 죽미령 유엔군 초전지와 파주 설마리 영국전 전적지가 대표적이다. 국군과 민간인 유해 발굴과 함께 유엔군 유해 발굴도 함께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 무엇보다도 국익에 도움이 되리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래유산으로서 군사시설 기록ㆍ보존하기이다. 2019년부터 경기문화재단은 DMZ를 경기도의 상징브랜드로 만들고자 힘쓰고 있다. 이런 노력에 발맞추어, 광범위하게 현존하고 있는 군사시설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하여 미래의 문화자산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요구된다. 이들 군사시설 역시 경기도에 가장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어떤 것은 경기도에만 남아 있다. 앞으로 군사시설의 첨단화, 남북 긴장의 완화 등으로 지금의 각종 군사구조물이 용도 폐기될 가능성이 있고, 이미 폐기 상태로 버려져 있는 사례도 곳곳에서 확인된다. 경험에 비추어 이들이 미래에는 문화자원이 될 것은 자명하고, 그것도 경기도에 와야만 볼 수 있는 문화자산이 될 미래유산이다. 이에 지금부터 이들 군사시설에 대한 관심과 기록, 보존과 활용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겠다.

6.25 전쟁은 끝났지만, 그에 따른 분단의 고착화는 이미 70년이 지났고, 또 앞으로 얼마를 갈지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분단은 당뇨병, 고혈압과 같이 평생을 함께해야 할 지병과 같다고 본다. 만성 질환을 잘 다스리면, 죽을 때까지 활력 있는 삶을 유지하듯이, 분단의 현실도 불편하지만, 경기도가 안고 가야 할 병고이다. 종전선언 또는 남북통일이라는 신약이 개발되기까지, 병세의 악화를 막고, 문화적으로 호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책무는 경기도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경기도의 녹을 먹고 있는 입장에서, 또 경기학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바로, 여기, 지금 할 수 있는 과제들을 제안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