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덧없이 풀릴 평화 아니었거늘 …
                  ▲ 앞일을 미리 정하는 約(약)은 밧줄( )로 내민 팔다리(勺)를 묶는 데서 왔다. /그림=소헌

여름맞이 집안청소를 하던 중 당시 열 살 된 아들 녀석의 일기장이 나왔다. ‘주제 : 축구화’. “아버지께서 어제 축구화를 사 주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오늘 축구화를 사 주셨다. 중요한 건 어마어마한 가격이지만 아버지의 약속이다. _원래는 크게 바람만 잡고 약속은 잘 지키지 않는 아버지셨지만, _이번엔 우리의 믿음이 통했는지 진짜로 약속을 지키셨다. 나도 나중에 커서 약속을 꼭 지키고 못 지킬 약속은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_야겠다.” 공연히 씁쓸한(?) 맛이 돈다.

 

분단 27년 만에 최초로 통일과 관련하여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한다. 여기에서 ①자주 ②평화 ③민족 대단결이라는 3대 원칙을 천명함으로써 이후 남북한 사이에 이루어지는 모든 대화의 기본지침이 되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화해 및 불가침, 교류협력 등을 채택하였으며, 2000년 ‘6·15공동선언’에서는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 틀 안에서 통일을 지향하기로 하였다. 2007년 ‘10·4공동선언’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구현하기로 재차 약속하였으나, 급기야 2018년 ‘판문점선언’을 통해 통일꽃을 피울 것이라는 모든 인민의 여망輿望에도 불구하고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형편을 맞았다. 상호비방 전단과 확성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인계산(待人計算) ‘사람은 자기를 기다리게 하는 자의 결점을 계산한다’는 서양속담이다. 약속은 행동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약속은 중요하며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한 번 내뱉은 말은 네 마리 마차로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약 [묶다 / 맺다]

 

①勺(구기 작)은 술통(_)에서 술을 푸는(_) 기구로서 국자보다 짧고 바닥이 오목하다. 또한 勺 (작)은 사람이 앉은(_) 채 팔을 앞으로 내민(ㅡ) 모습을 본뜬 글자다. ②約(묶을 약)은 밧줄(_사)을 이용해 앞으로 내민 팔다리(勺작)를 꽁꽁 묶는 것이며, 물건(_)을 보자기(_포)에 싸서 끈(_사)으로 묶는 것이기도 하다. ③約(맺을 약)은 옭아매다, 다발 짓다, 따르다 등 주로 ‘약속’이나 ‘조약條約’을 의미한다.

 

속 [묶다 / 결박하다 / 합치다]

 

_①땔감으로 쓸 나무를 베거나 주워 모으는 것을 ‘나무하다’라고 한다. 束(묶을 속)은 나무(木)를 그러모아 꽁꽁 묶은(口) 것이다. ②수레가 귀했던 때에 잔가지 하나라도 떨어뜨리면 안 되겠기에 땔나무를 더 바짝 묶었을 것이다. 束(속)에는 한 번 묶은 줄은 풀리지 않아야 하는 데서 약속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③산에는 산적이 나타나기 때문에 땔감을 단단히 묶고(束속) 빨리 걸어가야(_착) 하니까 速(빠를 속)이 나왔다.

 

 

 

무엇이 우리 민족의 대단결을 구속拘束하는가? 1953년 10월1일 조인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그것이다. ‘상호합의에 의하여 미국의 육_해_공군을 한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한국은 이를 허여許與(grant)하고 미국은 이를 수락受諾(accept)한다’는 조항을 보라. 헌법에 위배되는 늑약勒約으로 인해 ‘기한 없이’ 한강토를 전쟁터로 삼을 수 있게 하였다.

 

일방적이고 굴욕적인 미제의 예속을 깨고 민족끼리 똘똘 뭉치는 자주自主 약속을 실천하라. 그래야 ‘미국이 북한과 싸우면 일본군도 한국 땅에 발을 들일 수 있게 한다’는 망상을 거둘 수 있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