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이벤트를 구성하고 있는 핵심요소는 방송사(중계), 기업(스폰서), 선수(연맹), 관중(팬)이다. 현대에 들어 프로스포츠가 발전하고 스포츠가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유도 4가지 요소를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심요소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부족하면 이벤트로서의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특히 관중은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 전인 로마시대 스포츠이벤트조차 관중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스포츠산업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당시 전차경주는 스포츠이벤트 중 최고였다. 영화 '벤허'로 유명한 전차경주장인 키르쿠스 막시무스(Circus Maximus)는 콜로세움의 3배에 달하며 25만명을 수용하는 초대형 원형 경기장이다. 그 규모만 보더라도 관중, 즉 팬을 얼마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무관중 경기가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스포츠이벤트의 기존 문법마저 허물어뜨리고 만 것이다.

그동안 무관중 경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떤 팀이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 벌칙으로 홈경기를 관중 없이 치르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지난해 평양에서 개최된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북한전처럼 아주 특수한 상황에서나 열렸다.

무관중 경기 자체가 보기 드문 만큼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 무관중 경기는 흔하디 흔한 일상이 돼 버렸다.

사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무관중 경기는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스포츠가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언택트(untact, 비대면)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프로축구와 야구리그도, 유럽의 유명 프로축구리그도, 세계적인 골프투어도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 무관중 경기를 치르고 있다.

지난주 치러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찰스 슈왑 챌린지(총상금 750만 달러)에서 첫 홀인원의 주인공이 된 우리나라 강성훈 선수는 이날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진 탓에 격렬한 리액션도 없었다. 홀인원 순간 그린 주변에선 과거의 환호성 대신 침묵만이 이어졌으며, 동반 플레이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멀리 떨어진 채 아무 액션도 없이 그냥 그린으로 걸어가는 모습만이 화면에 나타났다. 보는 내내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인기 프로스포츠인 축구, 야구, 골프의 스타선수들도 무관중 경기에 대해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관중이 없는 스포츠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스포츠는 선수와 팬이 함께 호흡한다. 팬들이 뿜어내는 열광의 에너지를 받고 선수들은 경기력으로 보답한다. 그 어느 때보다 '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한편 무관중 경기마저 부러워하는 이들이 있다. 평소 무관중 경기에 익숙해 있던 소위 비인기 종목과 대다수 엘리트체육 선수들이다. 그동안 팬들의 응원도, 방송사의 중계도, 기업의 스폰서도 없이 그들만의 리그를 치러왔던 이들이지만 이제는 이런 기회마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들에게는 무관중 경기라도 치르고 있는 프로선수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무관중 경기라도 열리기를 기다리는 엘리트체육 선수들은 애가 탄다. 이미 도쿄올림픽도 연기되었고, 소년체전과 전국체육대회의 개최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필자는 무관중 경기라도 열리기를 학수고대하는 선수들의 심정을 헤아려 코로나19 사태가 조속히 진정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종헌 인천시체육회 미래기획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