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가 현장에 얼마나 빨리 도착하느냐가 중요하다.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문제다. 소방차가 골든타임에 도착할 수 있도록 신호등을 초록불로 자동으로 바꿔주는 시스템이 이미 개발돼 있다고 한다. 정부도 이 시스템의 도입·설치 방침을 정해 놓았지만 대부분 지자체들이 예산 등을 이유로 소극적이라고 한다. 시민들이 낸 세금을 쓰는 데 있어서는 우선순위가 중요한 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긴급차량 우선 신호시스템은 소방차가 100m 안으로 접근하면 신호등이 자동 반응해 초록불로 바뀌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정지하지 않고 바로 통과할 수 있어 출동 시간을 크게 단축해 준다. 이 시스템은 2017년 의왕시에서 처음으로 시범운영됐다. 모락로사거리~고천사거리 1.8㎞ 정체구간에서 최고 60%까지 출동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당시 정부는 이 결과를 토대로 전국으로 확산시킨다는 방침을 정했다.

경기도 소방당국도 2년 전부터 이 시스템의 도입을 각 지자체에 요청해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안산, 의왕, 하남, 가평 등 4곳에만 설치돼 있다. 시스템 도입 여부는 신호등 유지관리 권한이 있는 지자체에 있다. 소방당국이 요청하면 지자체가 판단해 설치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지자체들은 의무 사항도 아니다 보니 예산이 부족하거나 시급성이 낮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 넣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천소방서는 주 출동도로인 3번 국도에 신호등이 많아 출동시간이 지연돼 이 시스템의 도입을 요청했으나 이천시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한다.

특히 경기도에 이 시스템의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국 화재발생 건수의 23%(지난해 9398건) 정도가 경기도에서 일어나고 있다. 1개 소방센터 당 담당 면적도 서울시의 11배나 된다. 교통체증도 갈수록 심해 더욱 그렇다.

화재현장에 소방차가 골든타임내에 도착하느냐의 여부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시민들이 낸 세금을 당장 눈앞에 보이는 생색내기용 사업들에만 쓰다가는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경기도 각 시•군에서는 긴급차량 우선 신호시스템의 도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