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주안동 여행인문학도서관 '길위의 꿈'서 평화콘서트
참전용사들 평화 기원하고 후손은 한국과의 인연에 감사
▲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22일 인천 미추홀구 길위의 꿈 여행인문학도서관에서 열린 '70년, 연대와 평화 콘서트'에 참석한 후안 카를로스 카이사 로세로(Juan Carlos CAIZA Rosero) 주한 콜롬비아 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70년 동안 놀라운 발전을 이루고, 전쟁이라는 상처를 딛고 형제의 나라가 된 한국의 평화를 기원한다.”

22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여행인문학도서관 '길위의 꿈'에서 콜롬비아 참전용사인 조수에 올랜도 베르날의 영상 메시지가 소개됐다. 콜롬비아군 대대 일원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그는 “한국 민주주의의 초석이 됐다는 점에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70주년을 앞두고 이날 도서관에서 열린 '참전용사와 함께하는 평화콘서트'에서 참전용사들은 기억을, 후손들은 인연을 얘기했다. 평화를 향한 마음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콜롬비아 유학생인 사라 곤잘레스는 “할아버지가 1951년 콜롬비아군 첫 번째 파병 부대의 일원으로 한국에 오셨다”며 “참전용사인 할아버지 덕분에 한국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3년째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당시 중남미에서 유일한 참전국이었던 콜롬비아는 보병 5100여명과 군함 1척을 파병했다. 1975년 인천에 세워진 콜롬비아군 참전기념비는 서구 경명공원에 있다. 이날 평화콘서트에 참석한 후안 카를로스 카이사 로세로 주한 콜롬비아 대사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대응을 잘하고 있는 한국은 지난 70년간 기술 등 여러 측면에서 성취를 이뤄냈다”며 “콜롬비아와 한국이 동맹이었던 관계를 바탕으로 이제는 새로운 비전을 갖고 동반자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콜롬비아뿐 아니라 호주·캐나다·태국·에티오피아 등지에서 참전군인 후손들이 보낸 메시지도 이날 콘서트를 평화의 장으로 채웠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인 코놀리 멜리사 타마르의 손녀 베텔 멜리사는 “할아버지의 헌신으로 한국 대학교에서 국제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1952년부터 이듬해까지 한국에 파병됐다. 베텔 멜리사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기회를 준 한국 정부와 친구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참전용사 후손 장학금을 받고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캐나다인 앤드류 잉글리스도 “할아버지인 존 비솝은 1950년부터 1년간 참전해 가평전투에서 생사를 넘나드셨다”며 “전쟁의 시련과 고난을 통해 평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씀하셨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동구미추홀구갑) 국회의원은 이날 콘서트에서 “전쟁 때 큰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할머니와 같이 살며 가족을 떠나보낸 전쟁의 아픔을 절실히 느꼈다”며 “추위와 고통에도 멀리서 우릴 도와줬던 나라들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번 깨닫는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여행인문학도서관 '길위의 꿈'은 27일 남북평화재단과 공동으로 '청소년 평화의 길 탐방'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김광성 관장은 “의료지원국을 포함하면 한국전쟁 당시 힘든 여건에도 도움을 준 나라가 60여개국이나 된다”며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기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