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공론장의 중심을 차지한지 오래다. 인터넷을 통해 출간되는 인터넷신문은 작년 말 기준 9164개에 이른다. 여기에 일간신문 642개를 더하면 약 1만개의 뉴스매체가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쏟아낸다. 신문매체뿐만 아니다. 방송매체, 그리고 뉴스와 해설, 시사정보를 전달하는 유튜브 동영상 채널도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나 시청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은 점점 적어지는 느낌이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과거에 비해 무척 낮아졌다. 이는 최근의 연구결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40개국에 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에서는 한국의 뉴스 신뢰도가 최하위권에 속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는 낮은 신뢰도 평가 요인의 하나로 한국인의 편향적 뉴스 이용을 꼽았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뉴스의 정파성도 증가하고 이에 따라 '저널리즘 자체의 품질보다는 언론이 전달하는 뉴스의 관점에 동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 평가 하락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내 의견과 다른 방향으로 뉴스를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경향이 언론 전반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이 보고서에서는 정보 출처별 허위정보·오보에 대한 우려의 정도를 평가하도록 한 질문이 포함되었는데 우리나라 응답자들은 정치인(32%)에 이어 언론사·기자(23%), 일반대중(20%) 순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신뢰할만한 정보원이 되어야 할 언론이 '지나가는 행인' 수준의 평가를 받은 것이다.

무엇이 우리 언론에 대한 신뢰도 평가를 이토록 부정적으로 만들었을까? 아마도 우리 언론이 보여준 지난 수 년간의 행태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중요한 뉴스가치의 하나였던 시의성 혹은 속보성이 인터넷의 등장으로 더 이상 전통 뉴스매체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됐다. 속보로 독자나 시청자의 눈길을 끌 수 없게 되자 고정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정파적 색체를 강조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뉴스매체가 객관적 정보원이 아니라 정파적 이익의 대변자가 되어가고 있다. 언론매체가 전달하는 뉴스가 객관적 정보가 아니라 하나의 의견이 되다보니 정파적 주장을 일삼는 유튜버들과 경쟁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만들어낸 현재의 위기 상황이 전통 언론매체에게 한줄기 희망을 가져다 주었다.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정보원으로 삼던 시민들이 신속하고 정확한 감염병 정보를 얻기 위해 전통 언론매체로 돌아온 것이다. 생명과 안전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니 훈련된 저널리스트들이 만드는 전통적 언론 뉴스에 더 의지하게 된 것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글로벌웹인덱스(GlobalWebIndex)의 최근 조사에서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은 뉴스 채널(60%), 뉴스 웹사이트(55%)를 통해 코로나19 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정부 업데이트(50%)나 소셜미디어(47%)보다 높은 비중이다. 코로나19는 미국 시청자들을 지상파 뉴스로 다시 불러모았다. 미국 NBC뿐만 아니라 CBS의 저녁 뉴스도 시청률이 21%포인트나 증가하는 등 지난 20년 만에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간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전통매체의 뉴스 보도를 신뢰할 수 있으며 뉴스 보도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보고 싶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와는 달리 그동안 전통 뉴스매체와 사상의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던 소셜미디어는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대중의 신뢰를 크게 얻지 못했다.(한국언론진흥재단, 해외미디어동향 2020 여름호)

해외에서의 이야기지만 그간 인터넷 매체와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이용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자극적이고 정파적인 뉴스로 잘못 진화해 온 우리 언론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언론은 사회의 공식적 지식을 생산하는 사회기구이다. 사실에 기초한, 체계적이고 검증된 정보를 제공하는 저널리즘의 본질에 충실한 뉴스가 대중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은 시대가 지나도 변함이 없다.

이번 코로나19가 가져온 위기가 우리나라 언론매체에게 시민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래본다.

 

하주용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