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의 역사를 품은 인천.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을 지닌 인천.

인천하면 항만과 공항이 떠오른다. 전 세계 도시 가운데 항만과 국제공항을 함께 가진 도시는 거의 없다. 타 시도가 부러워할 만한 일이다.

과연 그리도 부러워할 만한 일일까. 물론 없는 것보다는 백배, 천배 낫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만히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항만과 공항은 국가 인프라다. 인천시가 뜻대로 조절이 가능한 시설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항만과 공항은 그동안 인천의 경제적 잠재력을 키우는데 커다란 기여를 해왔다. 항만의 물동량이 줄면 후방 효과가 감소한다. 상황이 이러니 인천은 항만과 공항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항만과 공항을 제외하면 현재 인천의 경제적 자산은 무엇이 있을까. 인천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주력산업은 무엇일까. 예전 대우자동차와 인천제철처럼 자동차와 철강이 인천의 주력산업일까.

그동안 인천은 어떤 산업을 키우려고 했는지 인천일보를 검색해봤다. 과거 지방정부도 많은 노력을 했지만 민선 7기의 노력을 중심으로 기사를 찾았다.

박남춘 시장 체제에서 인천시는 산업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인천시는 세계 최고의 바이오시밀러 기업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있는 송도 신도시에 바이오헬스 밸리를 조성하기로 했다. 송도 '투모로우시티'는 정부 스타트업 파크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얼마 전엔 인천TP와 공항공사,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함께 스타트업 육성에 손을 잡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남동·부평·주안 산업단지는 재생사업지구 지정 등 산단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방정부 최초로 물류·엔터테인먼트 로봇 육성에도 본격 나선다. 국내 유일 드론인증센터도 유치했다. 게다가 청라에 축구장 10배 크기 영상문화단지를 만들기로 했다.

또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인천로봇랜드의 주거용지 백지화를 담은 토지이용계획 변경안을 제출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심의 중이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는 최근 '2차 확대무역전략조정회의'에서 바이오, 항공, 화장품 분야의 특화지역 지정을 정부에 건의했다. 인천의 전략산업으로 바이오 외에 항공, 화장품을 설정한 것이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여전하다. 주력으로 키우겠다는 것이 불분명해서다. 바이오와 항공, 화장품, 로봇, 드론, 영상 등을 모두 키우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선긋기가 필요하다.

수도권을 제외한 각 광역 지자체는 저마다 전략산업을 가지고 있다. 역사도 20년이 넘는다. 김대중 정부 시절 부산의 신발, 광주의 광산업 등 4대 전략산업 육성을 시작으로, 명칭만 달리 했을 뿐 정부의 지역 전략산업 육성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수도권인 인천은 지역 전략산업 육성 정책에서 제외돼왔다. 국가 균형발전 정책이 인천의 전략산업 육성을 가로막은 셈이다. 결국 인천은 국가 인프라인 항만과 공항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하루빨리 이러한 구조에 변화의 숨을 불어넣어줘야 한다. 주력산업이 있어야 일자리가 따라온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는 인천이라면 누가 계속 살고 싶겠는가. 인천 인구의 감소가 주는 교훈이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의 후속 투자를 기대하며 바이오를 주력산업으로 키우겠다면 춘천, 원주, 오송 등과 겨뤄야 한다. 화장품이라면 오송 등 충청권과 경쟁해야 한다. 지역 전략산업으로 잔뼈가 굵은 지역이어서 경쟁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백화점식 주력산업 육성은 내실이 없을뿐더러 성공을 장담하기도 쉽지 않다. 우선 4차 산업 분야에서 후보군 엄선이 필요하다.

인천시 조직도 이에 맞춰 바꿔야 할 것이다. 도시재생을 전담하는 균형발전정무부시장 대신 도시재생과 산업, 일자리를 아우르는 경제부시장 도입이 절실하다. 유관 업무와 조직 간 시너지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 경제는 항만과 공항을 떼어놓고 얘기할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항만과 공항에 얽매이다 보면 주력산업 육성은 소홀할 수밖에 없다.

이완식 H&J산업경제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