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미국·캐나다 등 국가단위
인도·케냐 등선 비영리단체 중심
'새시대 대비' 실험 완료 또는 준비
경기도가 기본소득 사회실험을 처음으로 시작하기로 했지만 이미 세계 많은 나라에서는 실험을 마쳤거나, 혹은 준비 중이다.

국가 단위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한 곳은 핀란드다.

2017년 1월 핀란드는 25~58세 실업자 2000명을 임의로 선정해 1인당 매달 560유로(약 76만원)를 2년 동안 지급하는 기본소득 보장제를 시행했다. 실험 목표는 기본소득 시행으로 실업률을 줄일 수 있는지다.

2017년말 1차 조사에서는 대체로 고용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2년의 실험이 끝날 시기에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선 만족도 측면에서 기본소득이 실업급여보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을 주도한 헬싱키 연구진은 “기본소득 수급자들이 받지 않은 사람들보다 생활에 더 만족하고 정신적인 부담감이 적었다”면서 “경제 복지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사람들의 증가로 인해 기본소득 보편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도출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은 빈곤과 범죄로 악명 높던 도시다. 무작위로 선정한 주민 125명에게 18개월간 매달 500달러(약 60만원)를 기본소득으로 주고 주민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연구했다.

2019년 2월 시드 프로그램을 도입한 스톤턴시는 당초 18개월 후 종료할 계획이었지만 2021년 1월까지로 연장했다. 저소득층이 기본소득에도 불구하고 구직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기반으로 더 나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2017년 4월 주민 4000명에게 1만7000캐나다달러(약 140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을 시작했다. 부부의 경우 최대 2만4000캐나다달러(약 2000만원)이다.

시장소득이 생길 경우 소득의 50%를 급여에서 공제하는 부의 소득세 방식이다. 아동수당과 장애수당은 계속 지급했으나, 고용보험과 공적연금 수혜자 등은 해당 금액만큼 기본소득을 덜 줬다. 당초 3년 계획이었으나 비용 문제 등으로 15개월 만에 종료됐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는 2017년 생활보장 대상자 250명을 상대로 현금을 무상 지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2년간 매월 960유로를 받는 방식이다.

다양한 그룹으로 나눠 진행됐다. 근로 의무 없이 매월 960유로 지급, 자원봉사 참여 시 월말에 150유로 추가 지급, 2번째 그룹과 같은 조건에서 급여를 월말이 아닌 월초에 받고 자원봉사 미참여 시 급여 반납 등이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첫 국가가 됐다. 스페인 정부는 사회안전망 강화 차원에서 이달부터 빈곤층 85만가구, 약 230만명에게 최저생계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스페인은 월 최저소득을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462유로(약 63만원)에서 1105유로(약 151만원)까지로 설정하고 실업수당 등 공공지원금을 포함해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그 차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구직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지원액 확정 이후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지원 액수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2017년 1000가구(25∼60세)를 대상으로 월 100유로에서 1676유로를 지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국가가 아닌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한 실험도 많다. 인도에서는 자영업여성연합이 2011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지원을 받아 뉴델리 지역 빈곤선 이하의 100가구 월 1000루피를 지원했다. 또 이 단체는 마디야프라데시 주에서 농촌 지역 8개 마을 6000여명을 대상으로 산간지역 부족민과 일반지역을 구분한 실험도 했다.

미국 비영리 단체는 2018년 케냐에서 경제성과 시간의 분배, 위험 감수, 삶의 질 등 기본소득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한 실험도 했다.

아직 실험에 대한 구체적인 지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실험을 도입한 연구진은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일어설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기본소득 실험을 수행하는 강위원 경기도농식품유통진흥원장도 “각국이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는 의도와 배경은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대안이라는 점”이라며 “경기도가 세계의 의제로 떠오른 기본소득에 대한 정책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해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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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농촌 기본소득 실험 나섰다 그동안 기본소득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경기도가 실험대상이 되겠다'는 의지까지 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도내 농촌 지역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관련 사회실험에 나선다.▶관련기사 3면기본소득 관련 사회실험은 핀란드와 미국, 네덜란드와 인도 등에서도 실시된 바 있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 가입국 중 농촌 지역에 초점을 맞춰 기본소득 실험을 하는 곳은 경기도가 처음이다.18일 도에 따르면 기본소득 사회실험의 첫 단계로 '농촌 지역 기본소득 사회실험' 설계용역을 추진한다.이는 실제 기본소득을 지급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