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오페라 지역에 있는 대규모 고급 호텔들은 20세기초 대서양을 횡단하는 여객선들을 운항하고 있던 선박회사들이 소유하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언론사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친지들을 위해 오페라 인근의 호텔들을 자주 예약하고 활용했는데 호텔 내부에는 선박회사가 소유하고 있을 때의 실내장식과 표지들이 남아있었다. 파리뿐 아니라 대서양쪽의 큰 항구 르 아브르나 라 로셸 그리고 지중해 연안 마르세유의 대표적 호텔들도 기선회사가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 많았다. 영국과 미국의 큰 도시나 항구도 마찬가지였다. ▶20세기 중반부터 항공여행이 대중화되면서 주요국가의 대표적 항공사들이 호텔사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의 대표적인 국제선 운항 항공사인 팬암은 세계의 여러 도시에 인터컨티넨탈 호텔 체인을 운영하고 있었고 프랑스의 에어프랑스는 메리디안 호텔을, 그리고 일본항공은 일본 국내 주요 도시를 위시해 세계 각국에 니코 호텔 체인을 경영하고 있었다. ▶대한항공의 창업자 정석(靜石) 조중훈 회장은 인천에서 창업할 때부터 선친(汗翁 愼兌範 박사)과 친분이 있었고 필자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자주 보았다는 인연으로 출장차 파리에 올 때마다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정석은 대한항공이 1975년 서울-파리 노선에 취항하기 전에 오페라 지역의 유서 깊은 마드렌느 대로에 파리지사 건물을 마련하고 언젠가는 파리에 호텔을 갖는 것을 꿈꾸고 있었다. 평생 육·해·공의 운송사업을 천직으로 알던 정석이기에 가질 수 있는 꿈이었다. ▶대한항공의 첫 호텔은 하와이 호놀룰루에 자리잡은 와이키키 비치 호텔일 것이다. 그 후 대한항공은 제주에 이어서 미국의 LA와 인천국제공항에 호텔을 신축해 하야트 호텔 체인으로 편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창업자 정석이 2002년 작고하던 해 대한항공은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경복궁 옆 송현동 대지를 사들여 우리나라 최고의 6성급 호텔 신축을 기획하기에 이른다. ▶과거 미국 대사관 직원들 주택단지로 이용되던 송현동 대지는 삼성에서 미술관을 건립하려다가 좌절된 곳인데 대표적인 고궁 경복궁과 학교 사이에 호텔을 짓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었다고 본다. 대한항공에서 긴급자금 마련을 위해 20년 가까이 나대지로 있던 것을 부동산 시장에 내놓자 공원을 만들기 위해 서울시가 매입할 의향을 밝혔다. 서울시에서는 4671억원을 제시하고 있다는데 일부 언론과 자칭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갑질로 매도하는 현실을 보자니 답답한 느낌이 든다.

 

언론인 신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