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 한 개가 하나의 도시만큼이나 복잡한 '뉴런(neuron)' 860억개가 최대 초속 120m의 속도로 전달되며 15만km에서 18만km의 시냅스를 이동한다. 순식간에 지구를 네 바퀴를 도는 거리다. 어떤 자극이 가해졌거나 감지되었을 때 반응하는 뇌의 신경체계다. 신경과학자 소피 스콧(Sophie Scott) 교수는 “거의 모든 지각은 변화를 감지하는 데서 시작한다. 우리의 지각 체계는 사실상 변화가 감지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라고 말한다.

인류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라는 위험상황을 감지했다. 21세기 들어 바이러스로 인한 위험이 처음은 아니다. 2002년 11월 발병해 37개국에서 8096명을 감염시키고 774명이 사망한 치사율 약 10%의 사스(SARS), 2009년 4월 발병하여 214개국에서 유행했고, 1만9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신종플루, 2012년 발병해 2015년 12월 종결되기까지 27개국을 감염시켜 2430명의 확진자와 838명 사망이라는 41%의 높은 치사율을 기록한 메르스(MERS), 그리고 2020년 6월 현재 전세계 214개국 746만여 확진자와 42만여명의 사망자를 기록하며 진행중인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커다란 위험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위험의 변화를 감지한 인류의 집단지성 신경체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의 일상에 빠른 변화가 일어났다. 마스크 착용과 손소독제는 생활필수품이 되었고, 기술의 발전을 통해 비접촉 비대면으로 물건을 소비하던 새로운 소비경향의 삶의 형태인 '언택트(Untact, 비대면)' 시대가 사회 전 분야에서 확 앞당겨졌다. 온라인 쇼핑은 이미 익숙하고, 약간은 생소하던 원격, 재택근무가 자연스러워졌고 화상면접, 온라인 개학과 온라인 교육, 온라인 설명회, 관중 없는 온라인 공연과 관중 없는 스포츠 중계, 어디를 가나 이제는 종업원 대신 키오스크가 먼저 우리를 반긴다.

인류는 늘 위기 속에서 진화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단절시킬 수도 있는 언택트 문화 속에서도 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유지하되 서로 연결하고 연대하고 따뜻한 온정을 나누는 사회 속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언제든 서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연결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새로운 문화 트랜드인 '온택트(Ontact)' 트랜드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온택트(Ontact)'란 '언택트(Untact)'에 연결(On)이 더해진 개념으로 거리를 두고 연결을 추구하는 현상이 다양한 아이디어와 접목되어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방구석 전시회', '온라인 콘서트', '방구석 응원'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TV, 유튜브 등 여러 미디어를 통해 세계적 팝스타들, 스포츠 스타들, 영화배우들, 전세계 유명인들의 1인 미디어를 활용한 수준 높은 공연과 챌린지 등 진기묘기에 가까운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며 '온택트(Ontact)' 문화가 보편화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미 왔다. 미디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 시대에 “슬기로운 미디어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갖춰야할 것들이 있을 것이다.

우선 나의 삶이 미디어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제대로 인식하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미디어 이용방법이 무엇인지 선별하고(미디어의 자기 주도성), 가짜 뉴스와 진짜 정보를 감별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꾸준히 키우는 것 등이다. 하나 더 첨언하자면 “몸은 언택트(Untact)이지만, 마음은 컨택트(Contact)”. 피할 수 없으면 즐길 수밖에.

 

남두현 주안영상미디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