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온라인 수업 때는 담임 교사들이 아이들의 수업 참여를 위해 아침마다 휴대전화를 붙잡은 채 기상을 도왔고, 주 1~2회 대면 수업을 하는 최근에는 학교 내 방역부터 예방, 생활지도, 교육 등에 신경 쓰느라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감염병 확산 우려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감염병 대응의 핵심인 보건교사들의 업무 가중은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교직원과 학부모 등으로부터 문의 전화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보건교사들은 역학조사관이 해야 할 일까지 떠맡게 될 상황에 부닥치자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인천시교육청이 발열 등 단순 유증상자부터 코로나 검체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경우에도 발생 경위부터 동거인 현황, 접촉자 등을 모두 조사한 뒤 상위기관에 보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보건교사들을 분노케 만들었다. 참다못한 보건교사들은 최근 시 교육청 의견 나눔터를 통해 개선을 요구하는 글을 올리자 동의한다는 내용의 댓글이 20개가 넘게 달렸다. 뒤늦게 시 교육청에서는 보건교사들과 간담회를 열고, 현장 의견을 반영해 공문을 수정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번 일은 이렇게 일단락됐지만 현장에서 감염병 대응에 관련한 업무는 모두 보건 교사에게 쏠려 있는 상태다.

전교조 인천지부가 지난달 15일 인천지역 초·중·고 보건교사 업무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245개교 중 99%의 학교에서 행정지원팀이 담당해야 할 방역물품 구매 및 배부, 관련 공문 처리까지 보건교사가 떠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염병 매뉴얼에 따르면 학생감염병 관리조직은 ▲발생감시 ▲예방관리 ▲학사관리 ▲행정지원의 4개 팀으로 운영돼야 한다.

이 과정을 취재하면서 한 보건교사의 답변이 인상 깊었다. 해당 보건교사는 학교는 방역 기관이 아닌 교육 기관으로서 교육에 중점을 두고 발생 예방 및 관리에 주력해야 하지만 주객이 전도됐다고 지적했다.

인천에서는 지난달 20일 고등학교 3학년 등교가 시작된 첫날부터 학생 확진자가 발생했고, 최근까지 학생과 교사 등의 확신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교내 전파 사례는 없었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염병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보건교사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선별진료소 연계 업무 등을 교육(지원)청이 지원해주는 협력이 발휘돼야 할 때다.

 

정회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