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이들 얼굴도 몰라요.”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말이다. 코로나 사태로 몇 달을 미룬 끝에 신학기 등교수업이 이뤄졌지만, 교사는 자신이 맡은 반에 편성된 아이들을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 모두 마스크를 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방역수칙을 무시하고 마스크를 벗어보라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아이들끼리도 새로운 친구 사귀기가 어색하다. 신학기와 함께 묻어나왔던 생기발랄, 재잘거림, 들뜬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고 무거움과 생경함이 배어 나온다.

학교에 들어가는 장면은 군대와 비슷하다. 10여명의 교사가 학교 입구에서 지키고 있다. 등교하는 각 학년 학생들을 반별로 모은 뒤 열 체크 장소까지 인솔한다. 체크가 끝나면 다른 교사들이 학생들을 인계받아 교실로 데려간다. 밀집도를 줄이기 위해 등교시간도 홀수 학년은 오전 8시30분~50분, 짝수 학년은 8시50분~9시10분으로 나눠져 있다.

등교방역의 최전선은 교실이지만 수칙 이행이 만만치 않다. 교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도 2m 거리두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앞뒤, 양옆으로 책상 간격을 최대한 늘리다 보니 맨 앞줄의 학생들이 교사와 가까워져 부담이 된다. 교사도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수업해야 하는데 교사들은 답답함을, 뒤쪽에 앉은 학생들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반별로 구분된 화장실은 한 사람씩 이용해야 하는데 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업시간에도 갈 수 있도록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진행하는 등교수업임에도 이처럼 과부하가 걸린다. 인천 송도에 있는 초등학교 교사(54_여)는 “등교수업을 하지 않는 날은 온라인수업을 하기 때문에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등교수업의 질도 떨어진다고 교사들은 인정한다. 학생들의 발표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동수업은 아예 금지돼 음악_미술_체육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

교사들이 무엇보다 우려하는 것은 학생 감염이다. 단 한명의 확진자라도 발생하면 학교는 폐쇄되고 지역사회에서 눈총을 받게 된다. 교사 자신의 감염도 우려되기에 긴장의 연속이다. 학부모들만 등교수업을 불안해 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예민해져 있기에 충돌이 일기도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등교수업 첫날인 지난달 27일 전북의 한 교사는 아이들에게 “마스크 벗지 마세요. 떠들지 마세요.”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가 학부모로부터 '담임교체'를 요구받았다.

교사가 아이들과 학부모에 부대끼고 방역업무에 시달리는 존재가 됐다. 예전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안 밟는다고 했는데, 요즘은 스승 그림자만 빼고 다 밟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