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공급 못하면 자격 박탈도
급식 막혀 농작물 뒤엎을 수밖에
코로나 19 상황 전혀 반영 안돼
친환경 농산물이 쓰레기로 바뀌는 이유에는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계약서 내용'에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구희연 친환경학교급식경기도운동본부 대표는 15일 경기도의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학교급식공급을 위해 계약은 책임생산 농가의 의무와 책임만 있고, 책임소비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왜 이런 계약 때문에 우리가 또다시 아스팔트 재배를 하고 있어야 하냐”고 덧붙였다.

경기도내 31개 지방자치단체 중 성남과 용인, 고양, 화성 등 4개 지자체를 제외한 27개 지방자치단체는 경기도농식품유통진흥원(이하 진흥원)을 통해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받는다.

진흥원은 학교로부터 계약권한을 위탁받아 도내 1197개 농가와 친환경 재배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그런데 계약서에는 진흥원이 급식이 공급이 진행되지 않았을 때 계약에 따른 농산물을 공급받지 않을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계약서 제14조 3항은 '불가피한 사유로 친환경 우수농산물 학교급식 지원사업과 관련한 새로운 변화로 사업구조 및 정책의 변경이 발생한 경우' 15일 전에 서면으로 통보해 재배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손해배상 등의 의무도 없다.

반면, 농가가 계약서상 납품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면 1차 시정 및 경고, 2차 경고, 3차 계약해지 및 3년간 참여자격 박탈 등을 조항에 담고 있다.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이하 친농연)는 이 같은 조항으로 농가들이 농작물을 뒤엎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친농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학교급식이 진행되지 않고, 진흥원이 농작물 공급을 받지 않으리란 것을 농작물을 심어야 하는 3~4개월 전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며 “재배계약은 선금을 받는 것도 아니고, 공급해야만 그만큼 돈을 받을 수 있다. 농작물을 팔지 못한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가 감당해야 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간에 농작물을 팔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학교급식이 정상화됐을 경우가 문제다”며 “계약물량을 농가가 공급하지 못하면, 향후 계약에 페널티를 받는다. 예를 들어 계약물량이 100인데 80만 공급하면 다음 해 공급물량 최대치가 80으로 고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흥원은 계약서가 코로나19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인정하며 향후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계약서가 코로나19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학교급식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농산물을 공급받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며 “이번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앞으로 우리 역할을 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겠다”고 답했다.

/김중래·임태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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