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 급식 공급 못하고
도 지원 마켓 판매량 10%도 안돼
학교재량의 가정꾸러미서도 외면
농민들 “실질적 지원 강구해야”
▲ 15일 오후 경기도의회 앞에서 열린 '경기도가정꾸러미 파행 실태 규탄 및 친환경 학교 급식 계약재배 농가 피해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농민들이 코로나19로 손해 입은 계약농가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아이들에게 안전한 급식을 공급하기 위해 공들여 키운 친환경 농산물이 '친환경 쓰레기 더미'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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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학교급식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을뿐더러 급식비를 활용해 가정에 식재료를 보내는 '가정식재료꾸러미'에서도 외면받기 때문이다.

15일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이하 친농연)에 따르면 도내 20여개 시·군 계약재배 친환경 농가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학교에 71억5000만원 상당의 농산물 163만9753㎏를 급식재료로 공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농가들은 코로나19의 여파로 학교급식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학교에 공급할 수 없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공동구매와 드라이브 스루형 농산물 마켓 개최 등으로 지원했으나, 판매된 농산물은 10%가 채 되지 않는 11만92㎏뿐이다. 나머지 농산물은 대부분이 쓰레기 더미로 변했다.

계약재배는 경기도농식품유통진흥원과 계약재배 친환경 농가가 일정 물량을 약속한 후 농작물을 재배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친농연은 6월 계약재배 물량 86만8537㎏, 26억원6500만원 상당의 농산물도 대부분이 판매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 등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가정식재료꾸러미'마저도 친환경 농산물을 외면하고 있다. 도교육청이 꾸러미에 담을 식재료를 학교 재량에 맡겼고, 학교 운영위원회는 실속성 등을 우선시해 상대적으로 비싼 친환경농산물을 선택하지 않으면서다.

지난 12일 기준 꾸러미에 친환경농산물을 담기로 결정한 것은 1만7700여개이며, 이는 오는 7월까지 도내 가정으로 보내질 꾸러미 169만개의 1% 수준이다.

다만, 경기도교육청은 학교가 지난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가정꾸러미를 보내기 시작한 만큼 신청률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도교육청은 꾸러미 사업이 단순 친환경 농가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 아니며, 담을 식재료를 학교가 스스로 선택하도록 했기 때문에 경쟁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학교급식이 계획대로 운영되지 않으며 친환경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친환경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을 꾸러미에 선정해달라고 구두로 권고하기도 했다”면서도 “다만, 학교가 꾸러미에 담을 식재료를 선정하며 친환경농가 생산품을 담으라고 하는 것은 학교현장의 재량권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도교육청은 '가정식재료꾸러미' 사업은 무상급식비로 진행하는 것이고, 친환경 급식을 지원하는 비용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도교육청과 경기도는 무상급식에 쓰이는 식재료를 친환경 농산물로 공급하기 위해 지원사업비용을 따로 두고 있는데, 실제 관련 올해 예산 270억원은 이번 가정식재료꾸러미 사업비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급식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으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비단 친환경 농가뿐만 아니며 꾸러미 사업도 친환경농가만을 지원하기 위해 진행하는 사업이 아니다”며 “친환경 농산물 지원사업비용이라도 투입된다면 학교가 친환경 농산물을 선택할 경우 혜택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겠으나, 현재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친농연 관계자는 “위기에 처한 친환경농가의 붕괴를 막고자 전국적으로 친환경계약재배 농산물 꾸러미 가정 지원사업이 추진돼 농가들도 하루빨리 사업이 시작되길 손꼽아 기다렸다”며 “그러나 6월 첫 주가 돼서야 배송이 시작된 꾸러미에는 계약농산물은 온데간데없고, 라면이나 부침 가루 같은 대기업 가공품 세트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교육청은 '학교별 자율선택'이라는 미명하에 10년간 각계가 공들여 만들어 온, 전국 최고라 자랑하는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 체계의 붕괴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며 “이제라도 도교육청과 도청, 도의회,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등 각 기관은 코로나19 피해농가를 살리기 위한 실질적 지원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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