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 유족이 시공사 측과 조건 없는 합의를 한 것을 두고 이를 조롱하거나 폄훼하는 표현이 온라인에 오르고 있다.

일부지만, '돈방석에 앉았다'라는 등의 상식 이하의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시공사 측은 희생자 38명 유족에게 91억5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유족은 조금도 더 요구하지 않았다. 희생자 38명의 유족 모두 같은 심정으로 합의했다. 유족들은 애초 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온 이후에 합의 내지는 합동 영결식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협력업체에서 함께 일해 온 동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료들이 화재 이후 한 달 넘도록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에 놓이자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일부 네티즌이 끔찍한 사고로 남편과 아들, 형제를 잃어 망연자실한 유족을 보듬어주지는 못할지언정 상처 난 가슴을 후벼파는 몹쓸 짓을 한다는 데 소름이 돋는다.

유족들은 16일 49재를 개인적으로 지내고, 17일 사랑하는 이들을 영영 떠나보내게 된다. 끔찍한 참사 50일 만에 이천 서희문화센터에서 합동영결식을 열어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 희생자들은 영면에 들지만, 그 아픔은 오롯이 유족의 몫으로 남는다. 이번에 보듯, 희생자와 유족을 상대로 2차 가해나 다름없는 조롱과 혐오 발언이 개인 소셜미디어(SNS) 발달과 맞물려 우리 사회에 고착화되고 있다.

세월호, 백남기 농민은 물론 이역만리에서 허망하게 숨진 외국인 노동자 등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가해지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 백해무익한 범죄일 뿐이다. 경찰이 이천 희생자와 유족을 조롱하거나 악성 댓글을 단 이들을 추적해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공동체를 파괴하는 조롱, 혐오 범죄가 더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모두가 어처구니없는 인재사고의 철저한 진실규명에 나서야 한다. 한치의 오점도 남기지 않는 촘촘한 수사와 함께 이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탄탄하게 뒷받침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이천 화재 참사 진실규명에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유족이 바라는 것이며, 국민이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