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다. 초기에는 감염과 방역 차원의 문제였으나 이제는 경제 위기, 삶의 위기가 되었다. 경제와 고용 분야에서는 휴업, 무급휴직, 해고 및 소득감소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에게는 그 위험이 더 심각하다. 이에 정부와 경제주체들은 일자리 유지와 소득 지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노_사_정이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하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지난 5월30일 21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비록 나라 안팎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에 모든 현안이 묻혀 있지만, 그래도 국가는 고유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국회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은 여당에게 180석을 몰아주었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대선공약과 국정과제인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충실히 추진하라는 뜻이라고 본다.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입법과제는 매우 많지만, 그 중 21대 국회가 반드시 처리해야 할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 전체 노동자의 약 20%에 이르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시간외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부당해고 제한 등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비정규직과 다름없다.

둘째, 비정규직을 축소하고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 2019년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전체 노동자의 41.6%를 차지하고 있다. 비정규직법을 개정하여 비정규직의 사용사유를 지금보다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또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차별시정의 신청자, 신청기간 및 비교대상을 확대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셋째, 모든 근로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제87호 협약, 단결권과 단체교섭에 관한 제98호 협약)을 비준하고, 이에 저촉되는 노동조합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1993년부터 ILO로부터 지속적인 권고가 있었고, EU(유럽연합)로부터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으로 제소당할 상황에 있다. 더불어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가입 금지, 노조 임원의 자격 제한 및 공무원의 노조 가입 제한 등에 관한 노조법과 공무원_교원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파업권이 제약받지 않도록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_가압류를 제한해야 한다.

네째, 사회보험 확대와 실업급여 개선 등 사회안전망을 확대해야 한다. 고용보험제도는 실직 노동자를 보호하고 실업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을 완화하는 고용안전망의 핵심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특수고용노동자 등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입_퇴사가 반복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및 장기구직자를 배제하고 있다. 이러한 취약계층 노동자들에게 고용안전망이 더욱 필요하다. 나아가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연장하고 소득대체율을 인상해야 한다. 또 13%만 가입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률을 높이도록 산재보험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섯째, 실업부조의 보장성을 확대해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실업급여가 종료된 저소득 구직자, 영세자영업자, 취업경험이 없는 구직자들을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도입되었으나 지급대상, 지급액수, 지급기간이 실업부조로서 기능하기에는 부족했다. 현재 기준중위소득 50% 이하의 빈곤층으로 설정되어 있는 소득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급여수준(51만원)을 월 평균임금 20~25% 정도 수준으로 책정하고, 지급기간을 최소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

여섯째,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산업재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다. 수많은 산업재해와 재난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기업의 지나친 이윤추구에 있다. 따라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여 사업주에게 대규모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관리책임을 명확히 하고, 재해를 발생시킨 사업주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상의 입법과제들은 21대 국회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화 이후 제기된 오래된 장기과제들이었다. 국제사회에서 경제규모에 걸맞는 기업문화와 노사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한 우리나라가 안고 온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모처럼 행정부와 같은 정파에 의해 주도되는 제21대 국회에서 이 과제들이 해결되어 '선진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