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보상, 대출 갚으면 전세도 못 구해…떠날 수가 없다

대부분 이주해 가스도 끊겼지만
장애 가져 벌이 빠듯한 아이아빠
이주비 못 받아 소송한 세입자 등
폐허 속 남아 물리적 충돌 가능성

“우리에겐 인권이란 게 적용되지 않나요?”

11일 재개발 사업을 위한 철거와 이주가 진행 중인 인천 남동구 다복마을에서 만난 A(57)씨.

사람이 떠나고 빈 건물로 채워진 마을엔 온기가 없었다.

하지만 폐허 속에서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A씨는 다복마을 한 아파트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부부는 두 아들을 낳아 지금까지 한 집에서 살아왔다.

가난한 원주민이 쫓겨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의 재개발 사업에 애초 반대했던 A씨.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 감정을 받은 보상가가 제시됐지만 대출금 등을 갚고 나면 집은커녕 전세도 구하기 힘든 터무니없는 금액이었다.

15일까지 건물을 비우지 않으면 강제 철거된다. A씨 집은 가스도 이미 끊겼다. 양손 손가락 대부분을 사고로 잃은 A씨는 몸을 쓰는 일을 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A씨는 “재개발로 가정도 파탄 나고 모든 게 망가졌다”며 “무슨 권리로 잘 살고 있는 집을 빼앗고 내쫓는가, 끝까지 싸울 것이다. 다복마을에서 제2의 용산참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가 사는 아파트 동에는 마찬가지로 떠날 수 없는 일용직 노동자 한 명도 여전히 살고 있었다.

2009년 12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다복마을 재개발 사업은 구월동 70의 16 일원 5만5707㎡를 정비해 지하 3층 지상 35층 아파트 11개 동(1115세대)을 짓는 사업이다.

B(59)씨는 다복마을 한 원룸 세입자다. 2009년 10월 이사 온 이들 부부는 주거이전비 등 손실보상 한 푼 없이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재개발 시행자는 세입자에게 손실보상을 해야 한다. 이에 B씨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되돌아온 것은 고발이다.

B씨는 “조합에서 무단점유로 형사고발을 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며 “세입자가 전혀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 보상 하나 없이 어떻게 떠나란 말인가,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조합의 입장을 듣기 위해 조합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