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로 학생수 줄어 위기
혁신교육 도입 이후 '환골탈태'

텃밭 가꾸기 등 생태학습 활발
수확 기쁨·공동체의식 동시에
마을 주민들 기꺼이 토지 내줘

목공 수업서 공예품 직접 제작
독서·논술평가로 학력 증진도
▲ 양평 조현초 학생들이 조현리 마을 주민들과 함께 모내기를 하고 있다.

 

▲ 양평 조현초등학교 직원 등이 더 나은 혁신교육을 위한 1박2일 워크숍을 하고 있다.

 

▲ 조현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을 주민들과 벼베기를 하고 있다.

 

▲ 목공수업을 하고 있는 조현초등학교 학생들.

 

양평군 용문면 조현리에 있는 조현초등학교는 전형적인 시골학교다.

과거 1944년 설립된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20여년 전만 해도 농촌의 인구가 줄며 학교에 다니는 학생도 줄었다.

지난 2004년에는 학생 수가 너무 적어 경기도 소규모학교살리기 지원학교로 선정됐을 정도다.

그러나 '혁신교육'은 조현초의 모습을 180도 바꿨다.

이제는 학부모들이 조현초에 다니고 싶어 이사를 오며 동네도 살아나고 있다.

조현초 교육의 지향점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며 함께 성장하는 학교'다. 민주적 운영으로 소통과 협력, 자발성을 존중하고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살리는 맞춤 교육,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는 감성 교육, 더불어 사는 삶을 익히는 실천 교육을 펼치고 교원·학부모·학생·지역사회의 참여와 자치로 운영되는 공동체 학교와 학생의 창의성과 자기 주도적 학습을 중시하는 학습자 중심의 학교, 지역사회에 긍지와 희망을 주는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임덕연 조현초등학교 교장은 “소규모 학교로 폐교를 고민하던 조현초와 인구가 줄어 걱정인 조현리 마을이 함께 살아났다”며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 학교를 목표로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과 함께하는 생태교육

조현초등학교에는 텃밭으로 이어지는 뒷길이 있다. 조현리 마을 주민들이 기꺼이 내준 공동 토지에 조성된 텃밭에는 아이들과 교직원들이 심은 고구마와 가지, 옥수수 등 각종 채소가 심겨있다.

채소 앞에는 학생들에 이름이 적혀 있고, 아이들은 교육과정의 목적으로 텃밭에 물을 주러 간다. 아이들은 등하교하는 길에 텃밭에 들려 자신의 이름이 붙은 채소가 잘 자라고 있는지 돌보기도 한다.

이같이 조현초의 생태교육은 모두 조현리 마을과 연결돼 있다.

봄에는 마을 공동소유 논에 학부모와 교직원, 마을 주민들이 한데 모여 모내기를 하고, 가을에는 추수한다. 마을 주민들은 김치를 담글 때마다 학생들과 함께한다.

때론 마을 주민들이 부탁하는 고구마 심기를 돕기도 한다.

그렇게 키운 작물들은 아이들에게 다시 돌려주고, 아이들은 수확의 기쁨과 소중함에 대해 알아간다. 또 자연스럽게 공동체 의식과 마을에 대한 애착심을 가진다.

조현초는 이 같은 마을과 연계한 생태교육이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며, 더불어 나누는 삶의 자세를 가진 어린이를 키우는 방법으로 꼽고 있다.

임덕연 조현초등학교 교장은 “조현리 마을 주민은 많은 분이 학부모다. 그러나 보니 마을과의 연계가 원활하고, 마을 안에서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다”며 “이런 활동은 학생 간의 관계 형성과 갈등 등을 줄여나가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이 직접 개발한 교육과정

조현초등학교 혁신교육과정에는 오랜 노하우를 가진 교직원들의 기여도 크다.

26명의 교직원 대부분이 자원해 조현초로 왔고, 오랫동안 근무하며 쌓은 노하우를 교육과정에 투입했다.

조현초 곳곳에 있는 목공예품도 이런 교사의 노하우에서 시작된 것이다.

한 교사의 제안으로 시작된 조현초 목공수업은 아이들의 손재주를 기르는 데 기여한다. 조현초 학교 앞 승강장에 있는 벤치와 교실에 있는 독서대, 죽마놀이기구 등은 모두 아이들이 만든 목공예품이다.

운동장 한쪽에 있는 나무 그네와 놀이기구는 학부모들이 직접 만들어 아이들에게 선물한 것이다.

이외에도 교직원들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교육내용이 있을 때마다 적극 건의한다.

아이들과 함께한 곶감 달기, 학교에서의 물놀이 등도 교직원들에 제안으로 시작된 것이다.

교장도 수업을 제안해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조현교육 10대 프로그램

'아이들은 누구나 자주성이 있고 자기만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방침에서 마련된 조현초 10대 프로그램은 각종 혁신교육과 달리, 기초학력에도 신경 쓰는 조현초의 교육방침을 보여준다.

학력향상을 위해 조현 오름길(학력증진프로그램)과 자기 생각만 들기(논술평가), 통지표 개선 등을 교육하고, 독서 교육을 위한 작가와 만남, 학년별 20권 학습도서를 선정한다.

진로 교육을 위해 진로적성검사와 초청인사 강연, 진로 관련 행사도 매년 벌이며, 인성교육을 위해 학생 기획의 학교행사, 조현 공동체 수련 활동 등을 벌인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사진제공=양평 조현초등학교

<인천일보·경기도교육청 공동기획>

 


 

학교 관심 높아지니 마을도 같이 살아나네

 

▲ 조현초등학교 학생들이 목공수업 때 만든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조현초등학교 학생들이 목공수업 때 만든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교육시스템 유명세 인구 급증

지역사회 전체 학교 위주 생활

 

 

과거 소규모학교였던 조현초등학교가 혁신교육으로 주목받으며 살아나자 조현리 마을도 덩달아 살아났다. 조현초는 공립학교로 인근에 거주지를 마련하지 않으면 입학할 수 없는 탓이다.

조현초 교육시스템이 전국적 관심을 받으면서 지난 2010년쯤부터 조현리 마을 주민들도 급등했다.

조현초 교육시스템의 인기는 한 일화에서도 알 수 있다. 조현초 교육시스템을 꼭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학부모가 제때 집을 구하지 못하자 학교 주변에 텐트를 치고 몇 달간 살았던 일화는 지역에서도 유명하다.

조현리 마을 주민 많은 수가 조현초 교육시스템을 찾아온 젊은 부부들로 채워지자 마을에도 생기가 넘치고 있다. 조현리 마을은 농촌 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고, 마을 공동의사결정에는 꼭 아이들의 '교육'이 고려된다.

한마디로 마을 전체가 조현초 아이들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임덕연 조현초등학교 교장은 “마을과 함께 자라난 아이들은 올바른 인성과 따뜻한 마음,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자란다”며 “이런 학생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학생·교직원·학부모 '조현공동체' 합심

▲ 조현초등학교 학생들이 죽마놀이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조현초등학교 학생들이 죽마놀이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조현초등학교에는 스스로 주인 되는 학생회와 꾸준히 토론하고 교육방향을 정하는 교직원 협의회,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학부모회로 대표되는 '조현공동체'가 있다.

학생회는 학생들이 스스로 학교의 행사를 직접 계획해보고, 운영해보며 자발성과 자립심을 기른다. 또 새 학교문화 창조를 위한 건전한 학생 문화를 정착해 간다.

매월 넷째 주 수요일 방과 후에는 학생회 임원과 부장들이 따로 회의를 하고 기획한 행사 등이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한다. 또 학생회 임원을 다음 학기에 연임할 수 없도록 해 많은 아이가 자치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교직원들의 토의는 치열하다. 교육과정을 끊임없이 토론하고, 최근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의 교육을 고민한다.

올해 열린 1박 2일 워크숍에서는 밥 먹으러 갈 시간도 없어 도시락을 먹으며 난상토론을 벌였을 정도다.

학부모회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한다. 학교의 어려운 부탁도 흔쾌히 받아들이고,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마을연계교육이 벌어질 때면 온 동네 학부모들이 모여 동네 축제가 벌어질 정도다. 그러면서도 보다 나은 교육과정을 위한 제안을 학교에 쏟아내며 학부모들도 스스로 교육전문가가 되어 간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