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충화 지음달아실144쪽, 8000원<br>
▲ 정충화 지음달아실144쪽, 8000원

 

사람·사물·자연 교감 밀도있는 묘사

정충화 시인이 2013년 첫 번째 시집 <누군가의 배후>에 이어 7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봄 봐라, 봄>을 출간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 약용작물과에서 기술자문위원으로 일하며 식물해설가이기도 한 정충화 시인은 직장 때문에 충주에서 자취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십여 년에 이르는 충주 생활에서 만난 사람, 사물, 자연과의 교감을 모두 67편의 시를 4부로 나눠 밀도 있게 묘사했다.

정충화의 시는 전통 서정시의 공식에 충실하다. 생활의 쓸쓸함과 고독, 그리고 충격과 폐허에 '생명'이라는 삶의 본질적이고 고귀한 가치를 불어넣는다. 그러나 세계를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자기 부정'을 매개 고리로 삼았다는 사실로 그의 문장은 기존 서정시와 차별된다. 그는 자신을 주체가 아닌 타자의 관점에 서서 세계와의 관계를 바라보며 어정쩡한 타협보다는 슬픔과 절망의 바닥까지 자신을 몰아간다.

“어느 세월에 이순을 넘어/ 그새 해거름녘에 다다랐다/ 이제 저녁이 있는 삶을 찾을 나이에 이르렀는데/ 그 삶을 어디서 찾을지 캄캄하다”(시인의 말)

그는 시 '가까운 어둠'에서 “멀리 있는/ 언제 꺼질지도 모르는/ 등촉 같은 희망 하나에 매달려 사는 게/ 인생”이라고 '캄캄한 삶'을 노래한다. 그렇게 캄캄한 삶이지만, 무수한 슬픔과 절망의 얼음 위를 걷듯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건네주는 작은 희망, 기쁨, 행복, 웃음으로 우리네 삶은 위로받으며 견디는 것이라고, 그렇게 박빙의 한 생을 건너고 건네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대부분의 사람은 행복을 삶의 제일 목적으로 두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실의 삶은 정반대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삶은 힘들고, 고달프고, 아프고, 슬프고, 화가 나고, 절망스런 일들로 가득하다. 내일이라고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삶은 늘 위태롭다. 언제 꺼져 내릴지 모르는 박빙 위를 걷듯 말이다.”('삶이라는 빙판의 두께')라는 그의 말은 그래서 절절하게 와 닿는다.

해설을 쓴 박성현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슬픔의 행간'에 조각된 염낭거미 한 채”라는 제목으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단단한 얼음이라는 헛된 희망보다는 박빙의 현실을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오히려 작은 희망의 씨앗을 나누는 것이 현명한 선택 아닐까. 시인이 “봄 봐라, 봄” 하며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