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와 90년대에 출생한 북한의 청년세대들은 독자적인 세대의식이나 세대담론이 뚜렷하게 규명되지 않은 채 동일한 역사적 경험을 동일한 시기에 했다는 이유로 하나의 덩어리처럼 인식되어져왔다.

8090세대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다양한 공식/비공식부문에 자리한 이질적인 집단이 공존한다. 한 축에는 <종합대학출신>의 파워엘리트가 있는가하면, 다른 한쪽에는 장마당으로 상징되는 시장 세력이 있다.

다른 한 축에서는 공식부문에서 착실하게 당 간부를 향해 성장을 하고 경력을 쌓는 청년들도 존재한다. 한국과는 달리 학생들은 고등중학교를 졸업한 후에 바로 대학으로 가기도 하지만, 군대나 직장을 거쳐 가는 경우도 많다.

북한의 대학생들은 한국의 수능에 해당하는 예비시험과 대학의 면접시험을 거쳐 대학에 가게 되는데, 무엇보다 출신 성분이 좋아야 하고 학교별로 조직되어 있는 청년동맹 활동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일단 이와 같은 조건을 갖춘 학생들은 각 도·시·군에 조직되어 있는 대학추천위원회의 사상검토를 거쳐 추천을 받아야 대학별로 치르는 입학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입학시험은 구술시험과 필답고사를 치르는데, 경쟁이 치열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출신성분도 중요하지만, 학부모의 물질적 뒷받침이 더 중요한 조건이 되었다. 대학에 들어간 후에도 돈이 많이 들어간다. 등록금은 내지 않지만 대학을 다니기 위해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서 중도에 대학을 다니다 포기하는 경우들이 속출한다. 이제 북한의 대학은 명목상 등록금만 없을 뿐, 돈 없이 다닐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내가 만난 '황신입(가명)'이라는 한 청년의 이야기다. 당시 22살의 청년이었던 황신입은 국경 연선지역출신의 한미한 집안 형편에도 불구하고 발군의 실력으로 평양의 대학까지 진학한 수재의 이야기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