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에요. 서민들 돈 끌어 모아서 몇 사람 배만 불려주는 거예요.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없어져야 해요.” 서해 바다를 품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송도더샵마리나베이 입주를 두 달여 앞두고 조합 측으로부터 조합원 부적격 통보를 받은 50대 여성은 허탈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조합설립인가 신청일(2016년 7월13일) 이후 두 달간 주택 두 채를 소유했다는 이유로 자격 상실 대상에 올랐다.

해당 조합원은 무주택자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 1주택 소유자, 수도권 내 6개월 이상 거주자, 세대주 등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는 2016년 9월12일 10평(33㎡)짜리 빌라를 처분한 뒤 같은 해 11월 추가 조합원 모집 때 조합에 가입했다. 그 당시 조합과 계약을 맺은 시점을 기준으로 주택 한 채만 갖고 있으면 조합원 자격이 주어진다는 대행사 측 설명을 그대로 믿은 게 화근이었다.

자신의 과오만 책망하기에는 인천경제청과 조합의 업무 처리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인천경제청은 2017년 4월12일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 때 이 여성을 '적격자'로 판단했다. 이듬해 10월에는 입주를 앞둔 시점에 조합원 혼란을 방지하겠다며 조합이 스스로 자격 확인 절차를 밟고도 적격 여부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분담금 완납에 사전 점검까지 마치고 입주를 기다리던 그의 설렘과 내 집 마련의 꿈은 단 한 차례의 부적격 통보에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이 사례처럼 조합설립인가 신청일 이후 주택 두 채를 보유하거나 세대주 자격을 유지하지 못한 이유 등으로 자격 상실 대상이 된 경우가 전체 조합원 2214세대 중 11%(250세대)에 달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인천경제청의 법적 자격 심사가 허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조합은 자체 심사할 수 있는 자료를 손에 쥐고서도 적격 여부를 판정·통보하지 않아 이번 사태를 키웠다. 전 업무대행사 대표와 전 조합장이 사업부지 매입 과정에서 조합원 모집 실적을 조작하고 조합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실도 확인됐다. 조합 내부에선 부적격 통보를 받은 250세대가 자격을 잃게 되면 그 물량을 일반분양으로 전환해 추가분담금을 최대한 덜어보자는 목소리가 잇따라 충격에 빠진 이들의 가슴을 깊게 후벼 파기도 했다.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과 주택 공급 촉진을 위해 1970년대 후반 도입된 제도다. 조합원들이 사업 주체가 돼 사업 전반에 직접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된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을 무분별하게 가입시키는 사례가 속출하자 정부는 내달부터 조합원 자격 기준 등 중요 사항을 충실히 설명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투기 목적이 아닌 집 한 채를 마련하고자 4년 넘게 시간과 돈 등 기회비용을 지불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줄 방법은 없을까.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주겠다는 지역주택조합 제도 도입 취지를 이해한다면 꽉 막힌 규제보다 유연한 사고로 구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색안경을 끼고 그들을 투기꾼으로 몰아붙이지 말고 부적격 사유의 소명자료를 세심히 살펴보고 보듬어줄 수 있는 배려 깊은 사회가 됐으면 한다. 인천경제청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박범준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