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보다보면 '6백만 불의 사나이'나 '원더우먼'같은 거의 반세기 전 프로그램을 만나게 된다. 어릴 때 흥분된 마음으로 보던 작품인데 마치 슬로우비디오를 보는 것 같이 매우 느리고 어설프게 느껴진다. 당연한 듯 보이지만 우리의 시간은 반세기 전의 그때의 시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르다.

즉 24시간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이미 240시간 만큼 사는지 모른다. 물론 여전히 그때 속도로 살고 있는 분들도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단위 시간당 효용 가치가 훨씬 높은 삶을 살고 있다.

이처럼 인류 문명은 우리에게 더 많은 시간을 제공하려고 발전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첨단기계 던 소프트웨어 건 간에 우리에게 일률적으로 주어진 24시간을 질적으로 확장해 온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은 양적 성장의 단계를 뛰어 넘어 질적 성장 단계로 접어드는 이른바 지성사회로의 대변혁의 시기다. 다시 말해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 양극화, 전쟁, 팬데믹, 쓰레기 문제 등 현 인류의 지혜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지성적 가치를 필요로 하는 시기인 것이다. 지성적 가치 창조를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양적 성장 사회에서는 개인의 정체성보다는 집단의 도구와 같은 삶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앞으로의 지성사회는 고도화된 개인들의 주체적인 삶이 가속화되는 사회다. 다시 말해 각자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해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는 삶이 인류의 보편적인 삶의 방식이 되는 사회가 바로 지성사회인 것이다.

따라서 이를 뒷받침하려면 주입식 교육제도 그리고 양적 성장 중심의 사회제도와 경제시스템 등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고도화되어 가는 개인의 정체성을 중시하고 이들의 집단지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 교육은 모든 개인이 스스로 전공을 창조하도록 구성되어야 하며,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사회제도 그리고 이타적인 경제시스템 등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에게는 우선적으로 안정된 기본 생활이 보장되어야 하며, 자아실현을 위한 시간이 더 많이 주어져야 한다.

코로나19는 이러한 대변혁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우리 삶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 팬데믹 상황은 앞으로 비대면 활동을 활성화하면서 우리에게 시간 가치를 더욱 확장시켜 줄 것이다. 하루를 240시간이 아닌 2400시간처럼 사용할 수 도 있다. 얼마나 질적 가치를 확대하느냐가 바로 경쟁력이 된다.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은 국가가 만든 인프라 그리고 소속된 조직의 인프라 그리고 개인의 역량이 모두 포함된다. 대한민국처럼 훌륭한 기반시설을 갖춘 사회에서의 시간은 타 국가에 비해 훨씬 많을 수 있다.

따라서 경쟁력에서 저 만큼 앞서 갈 수 있는 것이다. 비대면 활동도 5G, 6G 통신망도, 드론이나 자율주행차도 인공지능도 모두 시간을 벌기 위한 노력이다. 이렇게 시간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동시에 이를 어떻게 가치 있게 사용하느냐 하는 것도 더없이 중요하다. 따라서 전 국민의 평생교육, 자발적 전공 만들기, 효율적 시간 편집 등이 동시에 이뤄져 확보된 시간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그토록 '빨리빨리'를 주장하고 살았던 것이 결과적으로 타 국가에 비해 엄청난 시간을 확보하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정말 신의 한수였다. 아마도 팬데믹이 오지 않았다면 여전히 실감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다가오는 지성사회에는 시간의 확보와 시간 가치의 극대화를 향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아쉽게도 시간의 확보 측면에서는 상당히 앞선 우리지만 시간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면에서는 아직 미흡한 것 같다.

다양한 주장이 활성화되고 이것이 집단지성으로 이어지는 환경을 조성하기에는 여전히 반목하고 끼리끼리 문화를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만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지구촌을 이끄는 선진국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 그 점이 무척 아쉬운 점이다. 하루빨리 '시간의 경제학'에서 승리하는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전하진 Siti Plan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