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서구 왕길동 사월마을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사람은 물론 식물도 살 수 없는 동네라고 주민들은 하소연한다. 집을 둘러싸고 있는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하루종일 나오는 쇳가루와 먼지 때문이다. 1992년 1㎞ 정도 떨어진 곳에 서울·경기·인천의 쓰레기를 묻는 수도권매립지가 들어서며 주거여건은 더 악화했다. 매립지 업무와 관련해 각종 폐기물 처리업체 등이 문을 연 뒤 주민들은 각종 질환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지금 사월마을 주민은 120여명이다. 그런데 사월마을 인근엔 주물·목재가공·순환골재 등 사업장이 165곳에 달한다. 그렇다 보니 주민들은 더운 여름철에도 창문을 열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주민들은 여러 공장에서 날아든 쇳가루와 먼지 등으로 20여명이 암에 걸렸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주민 10명 중 6명 가량은 호흡기 질환과 피부병을 앓고 있다고 호소한다.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 주변 마을 환경 개선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시는 8일 '수도권매립지 주변 자연부락 환경개선대책 수립 용역' 입찰공고를 냈다. 수도권매립지 주변 마을에 소규모 영세공장이 늘어나는 가운데, 환경부의 건강영향조사에서 사월마을이 주거 부적합 판정을 받자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선 것이다. 시는 당초 사월마을 집단 이주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주민들이 이주 대신 개발을 요구하자, 이처럼 이 일대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 용역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용역은 사월마을을 포함해 수도권매립지 반경 2㎞ 이내 12개 마을을 대상으로 한다. 5342세대로 인구수는 1만77명(3월 기준)에 이른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2602세대 규모의 검암·경서동도 포함돼 있다.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조치다.

사월마을 주민들은 집단 이주를 하기보다는 살고 있는 곳에 대한 환경 개선과 개발을 택했다. 마을을 떠나 살기엔 여러가지 무리가 따른다는 판단에서다. 그런 만큼 사월마을과 함께 수도권매립지 주변 환경 개선을 위한 인천시의 역량이 주목되는 이유다. 시는 이들 마을에 대한 지원 방법·조건·대상 등을 꼼꼼히 조사해 주민 요구에 부응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