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남짓 천막 근무를 불사했던 이재준 고양시장이 지난 4일 청사 집무실로 돌아갔다. 공공개발 이익금의 환수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상생협력방안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넘어야 할 산을 많이 남겨둔 조치여서 '부족하다'는 반응이 일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요지부동이던 LH가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고, 시장이 청사로 돌아가게 된 것만도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고양만 문제가 아니다. LH가 하는 거의 모든 현장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당사자 간 이익을 앞에 두고 벌이는 단순한 갈등이라면 그나마 이해할 만하겠다. 순진하게 LH의 약속을 믿었다가 당했다고 하소연하는 주민들이 한둘이 아니다. 수원과 과천, 남양주 등 개발수요가 많은 경기도내 개발사업장에서마다 이런 종류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경우다.

2006년 수원 고등사업지구 사업을 시작하면서 LH는 생활대책대상자들에게 상가 등을 감정가로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LH에서 작성한 '2006년 내부업무지침'에서도 확인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LH가 '2012년 지침이 변경됐다'며 감정가 아닌 낙찰가를 기준으로 삼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약속이행을 촉구하면서 빚어진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내부지침'이 확인되기 전까지 LH 관계자들이 보여준 행동은 한마디로 가관도 아니다. 아예 '약속 자체가 없었다'고 막무가내로 잡아떼는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하기야 이 정도쯤의 거짓은 놀랄 일도 아니다. 정작 국민주거권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던 기관이 아닌가. 이 기업이 내세우는 핵심가치가 상생협력이요, 사람중심이다. 공동체의식을 나누고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겠다고, 항상 국민입장에서 생각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업을 지향한다고 천명했던 기업이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매우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아졌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어떤 공공기관도 대민 신뢰를 얻지 못한 채 살아남기란 어려울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LH가 지금 할 일은 처음의 약속을 확인하고 실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