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앞에 선 우리,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한옥자 전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장-

 

 

코로나19가 가족이나 공동체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고민하면서 불현듯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가 떠올랐다. 어느 날 저녁 9시 뉴스를 보던 국민들은 경악했다. 흥분한 앵커는 IMF, 캉디쉬, 외환위기, 국가부도 등 이해 안 되는 말을 하고 있지만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온 대다수 국민은 이 상황이 자기 삶에 미칠 영향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우리는 참으로 엄혹한 시절을 보냈다. '일차 대기업 부도, 협력업체 연쇄 도산, 골목 소상공인 폐업 속출, 구조조정, 해고, 실직, 파산, 신용불량'…. 평소 잘 쓰지 않던 이 많은 단어들의 최종 종착지는 주변부 인들의 최후 집단인 '가족'이었다. 한편에서는 이대로 계속이라며 축배를 들 때 주변부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기도 하고, 동반자살 등 최악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기도 했으며, 평생 신용불량자로서 삶을 마감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한국복지를 떠받쳐온 것이 가족이라는 점을 확인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가족이라는 조직이 얼마나 위기 앞에 허약한 조직인지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23년 뒤인 오늘, 우리는 태산처럼 밀려오는 새로운 변화 앞에 다시 서있다. 1997년 외환위기가 국내 한정 사건이었다면 코로나19는 여러 대륙을 넘나드는 전 지구적인 문제로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원래 가족은 최소의 사회 단위이다. 가족이 산업유형을 만들기보다는 산업구조가 가족구조의 변화를 선도한다. 일할 손이 많이 필요한 농경사회에서는 대가족 유형이 보편적 가족 유형이 되겠지만, 일-가정이 구분되는 산업사회에서는 움직이기 편한 단촐한 핵가족이, 그러나 정보통신 사회가 되면서는 일정한 시간 출퇴근과 대규모 공단 중심 직장생활이 아니고 소규모, 자율 출퇴근, 개인주의 가치 확산 등은 전통적 유형의 획일적 가족 형태가 아니라 삶의 질이 우선되는 가족 형태를 선택하면서 다양한 가족 유형을 보이고 있다. 현재 여기까지 와있다. 지금 코로나19 사태가 가족이나 지역 공동체에 영향을 미칠까? 미친다면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전문가들은 전공 불문하고, 지난 수 세기동안의 자본주의 확장이 가져온 풍요사회•희망사회에 대한 지구적 기대는 끝나고 내핍 사회, 수축 사회, 미래 불확실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재난자본주의, 즉 팬데믹, 기후위기, 식량안보 문제 등 초복합 연결체제의 위기는 이미 문 앞까지 와있는지도 모르겠다. 한편 최근 국민들의 요구를 보면 가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개인의 실제적 이익을 중시하고, 위기 상황에서 기본소득 등 국가의 공적 역할을 요구하면서도 개인 존중의 시민공동체 자유주의가 더 크게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같은 가치 변화에 기반하여 예측해 볼 때 코로나19 정국 이후 지역공동체는 점차 더 약화되고, 가족의 모습은 더욱 다양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학자인 짐데이터까지도 '우리 예측은 반드시 틀린다'고 했으니 어쩌면 코로나19 이후 공동체의 모습이나 가족 변화의 예측은 틀릴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가장 큰 기둥인 가족의 안정을 위해 포스트 코로나 논의를 거시적인 관점과 함께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젠더, 계층, 인종, 장애 여부, 난민이나 미등록 이주민 같은 주변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이에 더해 외환위기의 경험을 참고하여 개인과 가족을 보호하는 별도의 정책도 필요하다. 아이슬란드가 경기부양책을 쓰면서 특별히 실직이나 파산 예방조치와 함께 가족과 개인을 보호하는 별도의 조치를 시행했음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오늘도 코로나19 위기 앞에서 다양한 예측과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 동안 한국사회가 갖고 있었던 불평등과, 사회안전망에 포괄되지 못하는 취약한 존재들이 누구인지를 확연하게 드러냈다. 거시적 논의 구조 안에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온 주변인에 대한 논의를 포함하는 사회 대전환이 필요하다.

 

◼한옥자는 누구?

-현 서울사이버대 석좌교수

-경기대 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

-전 경기여성단체연합 대표

-전 경기시민사회포럼 공동대표

-전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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