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인공지능 선도학교 선정
코딩·전자기기 등 관련 교육과정 활발

학생들 교내 공간혁신 사업 적극 참여
오케스트라·합창·연극수업 공간 제안

연 1회 마을공동체와 '모모주간' 운영
이장·학부모 등 강사 초청 산경험 배워

용인 모현초등학교에는 미래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해 갈 꿈나무들이 자란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자동분리수거 자동차를 만들고, 온도계와 결합한 자동 급수장치를 구상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에서부터 프로세스를 구상하는 법까지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또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과 앞으로 받은 중·고등교육 과정을 소화할 내공을 기른다. 또 학생 스스로 만들고 책임지는 자치회 문화와 함께하는 공간혁신도 모현초의 자랑거리다.

신미영 모현초 교장은 “초등교육과정의 목적은 아이들이 앞으로 받은 교육과 살아갈 인생을 준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며 “그렇기에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자율성을 주면서도 책임감을 줄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경기도내 40곳 중 하나…AI선도학교 선정

 

▲ 용인 모현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소프트웨어 선도학교 캠프에 참가해 수업을 받고 있다.
▲ 용인 모현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소프트웨어 선도학교 캠프에 참가해 수업을 받고 있다.
▲ 용인 모현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안 기자재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용인 모현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안 기자재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모현초는 2016년부터 5년째 소프트웨어 선도학교로 선정됐다.

학교에는 각종 최신 기술이 적용된 센서와 소프트웨어, 코딩 프로그램, 첨단 전자기기 등이 다수 구비돼 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갈 내공을 기르며 각종 전자기기도 익숙해져 간다.

올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시범 운영하는 AI(인공지능) 교육 선도학교로도 선정됐다. AI 선도학교는 그간 학교에 조성된 소프트웨어 교육인프라를 바탕으로 다양한 인공지능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생동아리를 운영하는 등 현장에 적합한 인공지능 교육을 하는 것이다.

모현초는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AI의 다양한 영역을 아이들에게 교육할 예정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인공지능의 핵심기술은 딥러닝을 이해하고 그 알고리즘을 공부한다.

이는 지난 5년간 쌓아둔 소프트웨어 선도학교 경험과도 결합한다.

모현초는 지난해 아이들과 함께 마을에서 찾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했다.

아이들은 학교 앞 거리와 동네를 둘러보며 우리 마을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마을의 분리수거함을 보고 재활용품과 일반쓰레기를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분류하는 자동분리수거 차를 고안했고, 학교 앞이 혼잡할 때를 상상하며 해결방법으로 자동교통차단기를 생각했다. 또, 농사를 짓는 농가를 보면서 온도계와 결합한 자동급여장치의 구조를 찾았다.

아이들의 아이디어는 단순 생각에 그치지 않는다. 문제점과 이를 풀어가는 과정을 마치 컴퓨터 연산과정과 같이 하나하나 단계를 나눠 A부터 Z까지 과정을 만들어 낸다. 이를 실제 제작까지 진행하기도 했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선생님들과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메워갔다.

학교에서는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생각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미영 교장은 “아이들이 아이디어를 구상하면서 생각하는 법과 진행 과정을 어떻게 진행할지 익힐 수 있다”며 “특히 실현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은 초등교육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비단 소프트웨어 교육뿐만 아니라 국·영·수 등 기초학력을 공부하면서도, 사회에 나가 어떤 일을 맡고 추진할 때도 필요한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학생과 교직원이 함께하는 공간혁신

 

모현초는 학교 공간을 바꾸는 공간혁신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공간혁신은 기존 딱딱한 학교 공간을 보다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사업이다.

전통적인 교실구조가 담아낼 수 없는 학습자 중심 교육의 가치를 공간혁신을 통해 마련하는 것이다.

모현초는 공간을 바꾸는 과정에서도 아이들이 참여토록 해 주인의식과 민주적 의사결정 및 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노렸다.

아이들은 각종 회의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교실의 모습을 제안했고, 교직원과 설계자는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그 결과 1층 방과 후 교실은 오케스트라와 합창, 연극 수업, 공연 등을 상시 진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뀐다. 교실에 있던 책걸상과 교단 등은 모두 사라지고, 벽은 모두 유리창으로 바뀐 열린 소극장으로 변모한다.

 

▲마을공동체와 함께 하는 '모모세상'

 

▲ 지난해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인근 4개 학교가 모여 모현예술제를 열고 있다.
▲ 지난해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인근 4개 학교가 모여 모현예술제를 열고 있다.

모현초의 또 다른 특징은 마을공동체를 교육과정에 끌어들인 점이다.

모두모여 함께하는 세상이란 뜻의 '모모세상'을 만들자는 목표로 매년 한 번씩 모모주간을 운영해 마을 이장과 학부모, 학교 동문을 강사로 모신다. 이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각종 지혜와 우리가 살아가는 마을과 지역의 역사 등을 아이들에게 전해준다.

특히 모현초는 이를 교육과정에 투입한 점이 특징이다.

신미영 교장은 “혁신학교의 가장 중요한 점은 교육과정이라 생각한다. 그중 마을공동체와 함께하는 마을교육과정은 혁신학교의 꽃”이라며 “앞으로도 인근 학교와의 연계 등을 추진해 마을교육과정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사진제공=용인 모현초등학교

<인천일보·경기도교육청 공동기획>

 


약속 지키고 책임지는 어린이 육성

 

학생회장 선거 공약 이행 전폭지원

관련 문제점 직접 해결 분위기 조성

▲ 용인 모현초등학교 학생자치회가 공약으로 설치된 임대실내화 보관장을 정리하고 있다.
▲ 용인 모현초등학교 학생자치회가 공약으로 설치된 임대실내화 보관장을 정리하고 있다.

'매달 햄버거를 사겠다, 학교 정수기에 종이컵을 놓겠다'

초등학교 학생회장 선거에 나서는 학생들은 저마다 유권자인 친구들을 유혹하기 위한 공약이 쏟아진다. 이른바 '선심성 공약'이다.

그런데 모현초등학교 학생회장 선거에서는 이런 선심성 공약이 사라졌다. 아이들이 약속한 것을 모두 도우면서도 책임감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한 교육관 때문이다.

과거 모현초는 학생회장 선거에 나오는 아이들의 공약 만들기를 도우며 공약이 불가능한 점, 바꿔야 하는 점을 꼼꼼히 지도해 왔다. 그러면서도 학교의 각종 의사결정과정에 자치회가 참여하도록 해 아이들이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다 지난해 공약작성에 주던 조언을 모두 없앴다. 다소 어려움이 있는 공약이라도 학교발전기금 등을 통해 모두 공약을 달성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약속했다. 공약을 달성해 주되 그에 따른 문제들도 아이들이 모두 알아서 해결하도록 했다.

지난해 학생회는 정수기 세모금(종이)컵 설치, 실내화 임대시스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학교는 모든 것을 지원하면서 제대로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세모금컵이 설치된 정수기 주변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청소하기, 실내화 분실방지 및 실내화장 정리 등을 학생회에서 책임지도록 했다.

관리는 쉽지만은 않았다. 정수기 주변은 수시로 더러워졌고, 실내화는 잃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러자 학생회에서 자신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학년, 반별로 담당자를 정해 정수기 주변을 깨끗하게 했고, 실내화를 분실하지 말고 아껴달라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에 경험 때문인지 올해는 선심성 공약이 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신미영 교장은 “학생회장은 아이들이 직접 뽑은 대표로서, 교직원들이 공약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공약한 내용을 모두 들어주되 책임을 지도록 했다”며 “그러면서 아이들이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인 권리와 그에 따른 책임을 배운 것 같다. 올해는 선심성 공약이 모두 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민주적 의사결정 '집단지성 조기교육'

▲ 용인 모현초등학교 학생자치회가 회의를 하고 있다.
▲ 용인 모현초등학교 학생자치회가 회의를 하고 있다.

 

모현초 교직원 전원은 매달 '다모임(다함께 모임)' 시간을 갖는다.

다모임은 교직원들의 화합 장이자, 각종 해결해야 할 과제와 의견, 의사결정과정이 진행되는 모임이다.

다모임에서는 교직원들의 소소한 건의사항에서부터 학교 체육관 이름 정하기, 학생생활지도 방법 등 학교 전반에 관한 사항을 논의한다.

교직원들 모두의 의견을 모아 안건을 정하고, 그룹별로 나눠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집단지성의 힘이 발휘된다. 특히 교장도 개인의 의견밖에 낼 수 없도록 해 평등하고 민주적인 학교 의사결정 구조를 만든다.

이런 구조는 각종 창의적인 생각과 혁신적인 개선방안, 보다 나은 교육방법이 탄생하는 원동력이다.

실제 이런 과정을 통해 결정된 사항에는 교직원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신미영 교장은 “다모임은 각종 학교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한 의견수렴기구이자 중요한 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맡는다”며 “가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안이 나오더라도 그걸 고민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