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화성 복원을 위해 200년 역사를 지닌 팔달문시장 일부가 철거될 상황에 처하자 상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조선 정조 임금이 만든 수원화성과 역시 정조가 만든 전통시장이 대립하는 기묘한 현상이다.

팔달문시장은 정조가 전라도 해남에서 무역업을 하던 윤선도의 후손을 수원으로 불러들여 상행위가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자생형 재래시장으로 간주된다. 수원시는 수원화성 정비사업으로 '팔달문 성곽 잇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팔달문 주변 성곽 대부분은 연결된 상태인데, 끊어진 남수문~팔달문~팔달산 사이 304m를 복원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사업부지에 팔달문시장 점포 150여개가 포함되면서 불거졌다. 상인들은 “문화재 정비를 위해 생존권을 포기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항변한다. '성곽을 이으면 생계가 끊긴다'는 논리도 제시한다.

상인들은 지난달 말 '팔달문시장 철거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창립총회를 열었다. 이들은 시가 팔달문시장의 기존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며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획대로라면 팔달문시장의 상당수 점포가 사라져 전통시장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는 이유다.

하지만 시는 팔달문 성곽 원형 복원을 위해서는 상가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의 원형 복원이 제대로 안됐을 때 세계문화유산에서 삭제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시 측은 “법적인 절차에 따라 보상하고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인들의 생존권 유지와 문화재 보존이 충돌하는 양상인데, '이것이 정답'이라고 단정하기가 쉽지 않다. 양쪽의 주장 모두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대화와 타협은 이럴 때 요구된다.

다만 원론적인 양시양비를 떠나 제3자적 관점에서 볼 때 문화재 보존가치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사람의 생존권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본다. 게다가 요즘은 코로나 사태로 지역경제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상황 아닌가. 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고 적극적으로 대화의 장을 만들어 원만한 해결책을 도출해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