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장대비가 온종일 내렸다. 직원들은 모두 순찰 근무를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러던 중 혼자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동네 이장님이 알려주셨어요. 파출소에 도움을 요청하면 안심 순찰을 해주신다고 그러던데 맞나요.” 농사를 짓는 여성분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파출소에 안심 순찰에 대해 문의를 해왔다.

안심 순찰 예약은 우리 파출소에서 특별시책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파출소가 시골에 있다 보니 주민들의 근심을 덜어주는 것이 절실했다. 실제 농부들은 바쁜 농사일로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았다. 비닐하우스에 재배하는 채소 등을 훔치는 일도 잦았다.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해 문을 닫은 공장과 상가의 절도범도 끊이질 않았다. 이러다 보니 예방 순찰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급한 대로 동네 이장님들께 안심 순찰 예약에 대해 적극 홍보했다. 오늘 전화 온 여성분도 소식을 듣고 문의를 해온 것이다. 여성분은 고민을 털어놨다. 이 여성분은 남편과 사별한 후 자녀 셋을 키우기 위해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비닐하우스에 누군가 몰래 들어와 비닐을 찢고 고추 등 작물을 뽑아버리고 도망간다며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다.

통화를 끝낸 후 직원들에게 연락해 현장으로 가서 여성분을 만나라고 했다. 여성분의 말처럼 비닐하우스는 군데군데 찢겨 있었고, 누군지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여성분은 걱정만 하고 있었다. 여린 여성 신분으로 남자들도 하기 힘든 농사일을 혼자 하면서 자녀들을 양육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장님께 전해 듣고 마음이 짠했다.

직원 4명과 함께 순찰차를 타고 여성분의 집과 비닐하우스를 찾았다. 여성분은 비닐하우스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바쁘게 움직이다 우리를 보고 반가워했다. 경찰을 자주 보니 어느덧 안심이 되는 듯한 표정이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여럿의 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출하를 앞둔 작물도 보였다.

안심 순찰에 관해 설명을 하면서 여성분과 좀 더 가까워졌다. 듬성듬성 있던 작물을 가리키며 “저거 열무 아닌가요” 했더니, “맞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열무 좋아하면 제가 열무김치 담가 드릴까요”라며 웃었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시면 연락해 주세요”라고 말한 뒤 자리를 옮겼다.

흐뭇한 마음으로 직원들과 뒤돌아서며 경찰이 왜 주민과 가까이 있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느꼈다. 오늘 민생현장을 함께했던 새내기 경찰관도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모든 국민은 코로나19로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럴 때 지역 주민의 친구가 되어 아픈 곳을 긁어 주고 보듬어 주는 경찰이 된다면 영원히 사랑받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이제 경찰은 주민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안심 순찰 예약을 더욱 확대해야 하겠다.

 

최봉규 경기양주경찰서 은현파출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