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시의회 운영 조례 제정안 심의과정서 용역 필요성 제기됐으나
8월까지 이행 않다 운영사 '셀프 검토'로 갈음
시, 법적 근거 없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도…1000억 예산 사업 '부실' 출발

 

올해 예산만 1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지역화폐 인천이(e)음 사업이 민간 운영사의 '셀프 타당성 검토'에 기대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례안 심의 과정에서 전문 용역을 통한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운영사가 제출한 자료로 사업 검증을 대체한 것이다. 조례가 제정되기 전에 법적 근거도 없이 인천시가 운영사를 선정하고 물밑 작업을 마친 사실도 확인됐다.

3일 인천일보가 입수한 '인천사랑상품권 발행 및 운영 조례안 심사보고서'를 보면,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지난 2018년 3월 조례 제정안 심의 과정에서 “전문적인 용역을 통한 타당성 검토와 실익의 철저한 분석, 상품권 발행 규모, 정산 방법·수요 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포함한 심도 있는 운영 계획 수립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천이음 발행 사업에 “막대한 예산 소요가 예상된다”며 “사업 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여졌다.

하지만 시가 같은 해 4월30일 운영 대행사인 코나아이㈜와 시범사업 시행협약을 체결하고, 석 달 뒤 발행 기념행사를 열 때까지도 타당성은 검토되지 않았다. 타당성 검토는 이미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던 그해 하반기에야 이뤄졌다.

검토 주체는 운영사였다. 시의회가 언급한 '전문적인 용역'은 생략됐다. 운영사가 자체적으로 정리한 자료가 시에 보고된 수준이었다. 안광호 시 인천이음운영팀장은 “당시 운영사로부터 타당성 용역에 준하는 검토 보고를 받았다”며 “전문 용역을 맡기면 구체적 자료 없이 추상적 검토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굳이 별도 예산을 투입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타당성 검토와 구체적 계획 수립을 주문한 시의회의 조례안 심의 이전에 시는 이미 운영사를 선정해 협약서 작성까지 마친 상태였다. 조례안은 그해 3월22일 산업경제위 심의를 거쳐 4월3일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시는 그에 앞서 3월7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산업경제위가 사업 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힌 다음날에는 법무담당관실에 시행협약서 검토를 맡겼다. 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조례안 심의가 한창일 때 물밑에서 민간 운영사와 사전 준비를 끝낸 셈이다.

반년간의 시범사업을 거쳐 시는 별도 공모 없이 기존 운영사와 지난해 본사업에 착수했다. 계약 기간을 '양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1년간 자동으로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도 협약에 담겼다.

<인천일보 5월15일자 1면>

인천이음 사업비는 지난해 본예산에 15억원이 반영됐지만, 네 차례 추경을 거쳐 811억원으로 대폭 증액됐다. 올해 예산도 976억원에 이른다.

안 팀장은 “당시 사업 준비와 조례 제정을 병행했던 것”이라며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조례 없이 시행하는 곳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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