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및 주택 개발을 담당하는 공기업 LH가 근래들어 개발사업을 일으킨 지역들에서 잇따라 갈등을 빚고 있다. 개발에 따른 이익은 이익대로 챙기면서도 주차장 등 부대편익시설들에 대한 부담을 회피하거나 개발대상지역 주민들의 이익을 외면해서다. LH는 나라살림이 어려운 시기에 국가가 공사를 창립했던 당시의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LH는 2006년 1월 수원 고등동 일대 36만1803㎡가 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으로 지정되자 아파트 등을 짓는 개발사업에 나섰다. 이 구역은 노후•불량건축물이 과도하게 밀집돼 있어 정비사업이 요구됐다. 이 사업으로 지역의 면모는 달라졌지만 원주민들은 결과적으로 되돌아 올 수 없게 된 것이다.

주거환경개선사업에는 개발주체가 원주민들에게 사업 완료 이후 지구 내 부지나 건물을 원가(감정가)에 제공하는 '생활대책대상자 지원' 제도가 있다. LH는 당초 수원 고등동 개발 사업 추진계획상의 업무지침에 1~2순위 주민에 대해서는 상가 또는 용지를 감정가에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생활대책대상자 1순위는 사업 지구 내 소유건축물에서 영업을 한 사람, 2순위는 근린생활시설, 판매시설을 소유하거나 건물을 임대한 사람이다. 2008년 11월의 주민설명회에서도 생활대책대상자에게 상가와 건물을 감정가로 우선 분양한다는 내용이 다뤄졌다.

그러나 12년이 흐른 지금, LH는 감정가가 아닌 낙찰가에 제공하기로 입장을 바꿨다고 한다. 그 사유가 2012년에 내부 업무지침이 변경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 곳 원주민들에게 2006년도 지침을 적용해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LH는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통합해 출범한 거대 공기업이다. 국민주거생활 향상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해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설립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민간개발업체와는 달리 독점개발권과, 토지강제수용권, 토지용도변경권 등의 권한들이 법으로 주어져 있다.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절대 부족난의 공공 택지 및 주택 공급 해소 등에 많은 기여를 해 온 것도 사실이다. 공기업이 자체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사업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다면 그 존재 이유부터가 회의적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