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 하면 우리는 비발디를 떠올리지만 같은 제목으로 그보다 매력적인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피아노곡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계는 1월부터 12월까지의 부제를 가진 피아노 소품집이다.

차이코프스키 사계 중 6월 '뱃노래'를 들으며 바다위 신기루 같은 수상도시, 베네치아로 음악여행을 떠나보자.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물이 길이고, 길이 곧 물인 '물의 도시'이다. 수상버스 바포레토가 대중 교통수단으로, 자동차 매연과 소음이 없는 도시엔 낭만과 환상이 가득하다. 곤돌라 사공은 '곤돌리에'라고 하는데, 운하에 배 띄우고 뱃길 따라 노 저어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라도 한다면 온갖 스트레스가 바람 따라 훌훌 날아갈 것만 같다.

오늘은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6월 뱃노래(Barcarolle)를 소개하고자 한다. 원래 바르카롤(Barcarolle)이란 베네치아의 곤돌라 사공이 부르는 뱃노래에서 유래한 기악곡 또는 성악곡을 말하며, 보통빠르기의 6/8, 12/8박자로 되어 있으며, 파도나 배의 동요를 암시하는 단조로운 반주로 노를 저어가며 강가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음악이다.

<사계> 하면 우리는 비발디를 떠올리지만 같은 제목으로 그보다 매력적인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피아노곡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계는 1월부터 12월까지의 부제를 가진 피아노 소품집이다. 1년 열 두 달, 따라서 총 12곡을 작곡하는데 그 중에서 6월의 '뱃노래'와 10월의 '가을의 노래', 12월의 '크리스마스'가 유명하다.

여름에 뱃놀이 하는 풍경을 그린 시인 프레시체예프의 '뱃노래'라는 시에 맞춰 살랑거리는 6월 바람에 물 위에 떠있는 배를 표현했다고 하는데 마냥 밝은 곡이 아니라 마음을 잔잔하게 채워주는 차분한 선율이 아름답다.

'바다로 가자 신비로운/ 슬픔을 머금은 파도가/ 우리의 다리에 키스를 보낸다/ 별들이 우리 머리 위에서 반짝인다 … - 프레시체예프.'

차이코프스키가 1875년 누벨리스트라는 음악잡지의 편집장인 베르나르드의 제안으로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한 곡씩 계절 분위기에 어울리는 시를 선택해 그 시에 붙힌 피아노 소품들을 발표하게 된다.

이후 1885년 하나로 묶어서 사계라는 타이틀에 작품집으로 출판해 푸시킨, 톨스토이 등 당대 러시아 문인들의 시에 붙인 사계의 소품중 하나인 6월의 '뱃노래'는 여름에 뱃놀이 하는 정경이 펼쳐지는 알렉세이 프레시체예프의 시에 붙인 한 작품으로 러시아 시를 기초로 러시아 특유의 민요적 선율과 슬라브 정서가 느껴진다.

차이코프스키의 대부분의 음악은 격정적인 면이 강하지만 그의 피아노곡들은 뜻밖에 연필로 그려진 그림처럼 담백하고 간결하다.

표트르 차이코프스키(1841-1893)는 러시아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선율적 영감과 관현악법에 뛰어났던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다. 대표곡으로는 발레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 고전 발레 3대 명작과 그의 생애 마지막 시기에 작곡한 '비창 교향곡' 등이 유명하다.

음악과 함께 다시 베네치아의 곤돌라를 타고 대운하를 따라 가면 중세시대의 건축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마지막 여정으로 나폴레옹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극찬한 산 마르코 광장에 이르게 된다.

광장에는 1720년에 문을 연 유럽 최초의 카페이며 카사노바가 즐겨 방문했다는 플로리안 카페가 있는데, 비엔나 유학시절 여러번 방문해 보았다. 물 위에서 노 젖는 사람들과 잔잔히 흐르는 물결 그리고 건물들 사이에 보이는 사람들의 왕래, 오래된 건물들과 그 경계선부터 펼쳐져있는 하늘은 몹시 푸르렀다. 해가 지는 그 순간까지도 베네치아는 아름답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고, 지치기 쉬운 계절이다. 언제나 우리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자연에 위로받고, 좋은 음악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행복을 누려보자.

 

김승희

아마티앙상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