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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미픽味] 부평동 '게미'
[픽미픽味] 부평동 '게미'
  • 여승철
  • 승인 2020.06.02 20:48
  • 수정 2020.06.02 20:48
  • 2020.06.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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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와 식당 사이 감성을 맛보다
▲ 부평동 '게미' 입구 전경

 

 

퓨전이란 새로움…예술이 추구하는 '이상' 아닐까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듯 '예술숲'은 국악이나 전통악기를 바탕으로 서양음악을 포함한 각 예술 분야의 나무와 같은 아티스트들이 모여 하나의 큰 울림을 내는 숲을 이뤄내는 창작 플랫폼이에요. 창작자 중심으로 전통문화 콘텐츠로 작품을 만들어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해서 무대에 올리고 지역 축제 기획도 하고 있어요.”

국악중심의 창작공연 기획 단체 '예술숲'의 김면지 대표가 인천 부평에 있는 다이닝카페 '게미(GHEMI)'를 찾아 동서양이 조화를 이루는 공연문화와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구문화회관 상주단체인 '앙상블 더류(The流)'의 리더도 맡고 있는 김면지 대표는 부산 해운대 출신으로 부산대학교 사회학과와 국악과에서 공부해서 전공이 두 개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무용과 피아노를 했어요. 사회학과에 다니는 동안 국악동아리에서 활동했는데 국악을 정식으로 배우고 싶어서 수능시험을 다시 보고 국악과에 입학했어요. 장고, 꽹과리, 북, 징 등 타악기가 전공이고 서양 드럼이나 모든 두드리는 악기는 다룰수 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국악과에 타악기 연주자는 한학년에 한명만 뽑기 때문에 편입을 할 수 없어 다시 시험을 봤지요. 같은 대학교를 8년 다닌 셈이지요.”

'힘쓸 면(勉)'에 '뜻 지(志)'라는 이름처럼 '뜻이 있는 곳에 힘쓰고 노력하는' 김 대표는 연주자로 활동하다 대학원에서 문화콘텐츠를 전공하고 인천부평풍물대축제 총연출, 대회협력국장 등을 역임하며 기획자의 길로 들어섰다. 인천부평전통연희단 예술감독과 부평문화원 문화재연구위원으로 일하며 '부평두레놀이'를 인천시 무형문화재 제26호로 만든 주역이다. “20년 넘게 연주자나 연출가 또는 기획자로 현장에 있으며 꾸준히 창작공연을 이어오고 있어요. 2017년에 준비한 '피아노 풍류'라는 공연은 박경훈 국악작곡가의 창작곡으로 이뤄졌는데 '국악계의 쇼팽'이라는 자신이 가장 잘 연주하는 피아노를 국악적으로 활용하는 특별한 공연인데 '예술숲'의 대표 브랜드 공연으로 자리잡아 2018년에만 전국에서 9회의 초청공연을 가졌어요.”

창작곡만 60여곡 보유하고 있는 '예술숲'은 최근에도 서울 강남에서 녹음을 마치는 등 음반작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클래식 연주자와 우리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창작자와 연주자가 함께 어울리는 공연 작품을 만들려고 해요. 박건우라는 젊은 첼리스트가 있는데 한국인 최초로 외국 공연에서 결승전까지 올라간 연주자에요. 첼로의 현을 받치는 '브릿지'처럼 어디든 갈 수 있는 다리가 되어 악기와 사람을 연결하고 음악과 관객이 소통하는 브릿지 공연을 하고 싶어요.”

인천의 개항장 시대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극으로 당시 극장과 남장여자인 기생이 주인공으로 만요, 민요, 재즈, 트롯이 모두 녹아있는 '미스 수염씨'를 3~4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는 김 대표는 코로나시대를 겪고 있는 예술인들의 심각한 고충도 드러냈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예술숲' 상반기 공연도 모두 사실상 취소됐어요. 계약서를 쓰기 전에 협의 단계에서 불발됐기 때문에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어요. 특히 연주자들은 대부분 2~3일이나 길어야 한달 정도의 단발성 계약이라서 9개월 이상 고용돼야 받을 수 있는 '예술인 고용보험'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의문이에요. 차라리 공연이나 작품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 자생력이 생길 가능성이 높지요. 코로나 이후 온라인 공연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저는 예술표현의 기본은 늘 현장성에 있다고 믿기 때문에 회의적이지요.”

 


[그 집 이야기]

먹을수록 그리운 '게미진 맛' 경험하고 싶다면…

 

▲ 국악중심의 창작공연 기획 단체 '예술숲'의 김면지 대표가 인천 부평의 다이닝카페 '게미'를 찾았다.
▲ 국악중심의 창작공연 기획 단체 '예술숲'의 김면지 대표가 인천 부평의 다이닝카페 '게미'를 찾았다.

 

“전라도 사투리로 깊은 맛을 뜻하는 말이 '게미'에요. 햇김치와 달리 묵은지 같은 맛이죠. 어렸을 때 어머니가 갓김치를 담가 대나무에 보관했다 먹으면 깊은 맛이 나는데 지금도 생각나요. 그럴 때 전라도에서는 '게미있다'거나 '게미지다'라는 말을 쓰지요.”

인천 부평구 부평1동 굴포2차 공영주차장에서 걸어서 1분정도 거리에 있는 다이닝카페 '게미(GHEMI)'의 김영단 대표는 전남 해남이 고향으로 인천에는 1979년에 결혼하면서 왔다. 남편이 인천에서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살기 시작한 뒤 이 근처를 40년 넘게 한번도 떠나지 않고 있다. “2012년에 아파트 생활이 싫증이 나서 일반 주택을 보러다녔는데 이집이 눈에 띄었어요. 지은지 45년되고 한동안 방치해서 쓰레기 더미 같은 집에 풀도 심고 꽃도 가꾸고 마당에 데크도 깔고 방도 패널로 만들고 하면서 꾸몄지요. 처음에는 커피전문점이었는데 손님들이 간단한 요깃거리도 찾곤해서 말그대로 가벼운 식사와 함께 커피나 음료를 즐기는 다이닝카페가 됐지요.”

김 대표는 젊어서부터 이웃들과 음식을 나눠먹기를 즐겼다. 어릴 때 어머니, 할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드니 맛은 깊어졌고 정은 더해졌다. “결혼하기 전에 요리학원 다녀서 폐백음식 정도 하는게 전부였어요. 양식을 따로 배우지도 않았고 지금도 특별히 요리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양파 하나라도 내 손으로 까고 고기도 직접 갈아서 가족에게 먹이는 것처럼 정성을 들여 직접 만들다보니 손님들이 제 마음을 아시더라고요.”

손님들이 편하게 만나 느긋하게 기다렸다 먹는 '게미'의 대표 메뉴는 '홈메이드 함박 스테이크'다. 돈까스를 찾는 손님도 있지만 김 대표가 기름에 튀긴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처음부터 메뉴에서 뺐다. '미트볼 게미떡'은 이집에서만 맛볼수 있으며 '프렌치 브런치'와 파스타, 샐러드, 김치볶음밥도 있다. '게미”에는 김 대표가 직접 만드는 여러종류의 차도 있는데 예를 들어 '오로라차'는 경북 문경의 친척 언니가 농사지어서 보내주는 오미자와 생강이 어우러져 오묘한 맛을 낸다. “다섯 살 때 왔던 꼬마가 유럽에서 살다 와서 다시 찾아온 학생도 있고 외국손님은 서울 유명 카페나 레스토랑보다 여기 스테이크가 입맛에 맞는다고 하는 분도 있지요. 여기서 소개팅해서 결혼한 뒤 아이들과 함께 기념일마다 오는 분도 있어요. 분위기가 색다르니까 김면지 대표같은 예술하는 분들도 많이 찾지요. 2층이 살림집이라서 2층에서 1층으로 출퇴근하고 있어요. 큰 돈을 벌기보다 저를 위해서 할 수 있는걸 해서 너무 좋아요.”

6~10명이 함께 할 수 있는 룸이 2개, 4인석 테이블 9개, 야외 테이블 1개가 있다. 주차는 공영주차장에 하면 편하다. 070-8279-4292

김 대표는 예술인들도 예술적 자존심과 함께 실리적인 면을 보는 시각도 필요한 시기에 '예술숲'의 기획과 운영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옆에서 도와주고 있어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저와 '예술숲'이 서양의 클래식과 국악이 조화를 이룬 예술공연을 추구한다면 이곳 '게미'는 서양의 대표적인 음식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요리하고 있어서 자주 찾고 있어요.”

 


[그 집 추천 메뉴]

 

화학조미료 없이 오직 손맛...오래 치댄 함박스테이크는 특별 비법

 

 

※ 함박 스테이크

 

'게미'의 대표 메뉴. 김영단 대표가 직접 간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7대3의 비율로 섞는다. 고기에 기본 야채와 양파를 많이 갈아 넣고 빵가루와 함께 반죽한다. 오래 치댈수록 깊은 맛이 더해진다. 화학조미료는 아예 쓰지 않는 소스도 직접 만드는데 레시피에 특별한 비법이 있는게 아니지만, 손님들이 알려달라고 해도 김 대표는 미안해하며 사양한다. 모든 음식은 손맛에 달려있는데 알려준 레시피대로 요리했는데 맛이 다르면 손님들이 일부러 다르게 알려준 것 아니냐며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체 손님일 경우 미리 초벌로 살짝 구워놓지만, 대개의 경우 주문 즉시 바로 굽는다.

 

※ 프렌치 브런치

 

이름 그대로 프랑스식 브런치. 촉촉하고 달달한 토스트 2조각에 감자튀김, 칼집을 내서 구운 소시지, 옥수수콘, 올리브유에 익힌 토마토, 살짝 익힌 싱싱한 브로 콜리, 각종 야채와 견과류가 어우러진 샐러드 등이 한 접시에 나온다. 은은한 향의 커피나 잘 우려낸 차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젊은 손님들이 즐겨 찾는 브런치지만 점심 메뉴로도 인기가 좋다.

 

※ 미트볼 게미떡

 

'게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색다른 떡볶이. 함박 스테이크와 같은 재료 같은 방식으로 작고 동그랗게 만든 수제 미트볼과 쫄깃한 떡이 새콤달콤한 특제소스와 어우러져 묘한 맛을 낸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좋아하는 음식으로 다른 메뉴와 함께 먹어도 좋다.

 

※ 샐러드

 

'게미'에는 신선한 야채와 크랜베리, 아몬드, 토마토와 발사믹 소스로 만드는 크랜베리 샐러드와 훈제 닭가슴살, 신선한 야채, 머스터드 소스로 만드는 닭가슴살 샐러드가 있다. 김영단 대표가 요리도 하고 서빙도 하기 때문에 손님이 몰릴 때는 정신없이 바쁘지만, 이곳을 찾은 손님은 누구라도 재촉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린다.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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