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교회인가. 반면교사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누군가 지칠만한데 교회보다 시민들이 지쳐가는 듯하다. 코로나가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 소규모 교회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이후 종교모임을 통해 코로나 확진자가 집단발생한 사례는 6건이며, 관련된 교회는 25곳에 달한다.

교회는 지난 3월부터 이미 방역당국과 국민을 힘들게 했다. 자신들이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음에도 수도권 교회의 40% 정도가 현장예배를 강행해 지자체와 숨바꼭질이 벌어졌다. 인천시는 2000여명, 경기도는 4000여명의 공무원이 교회를 찾아 현장예배 자제를 요청하고, 그래도 예배를 진행하는 곳에서는 방역수칙 이행 여부를 점검했다.

심지어 용인시는 공무원 한 명이 교회 한 곳을 담당하는 '1공무원 1교회'라는 희한한 방식까지 도입했다. 공무원이 평일_주말 가리지 않고 교회를 찾아 주변에서 “공무원인지 전도사인지 모르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했다. 그럼에도 3월에 전국적으로 8곳의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경기도는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은 137곳의 교회에 대해 '밀집집회 제한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109곳은 예배를 강행했다. 바이러스가 교회를 숙주삼아 퍼지고 있다는 말이 나올만도 했다.

그래도 지난달 초까지는 절반 이상의 교회가 현장예배를 자제했지만, 생활방역 전환 이후 소규모 개척교회 목사_신도들이 다닥다닥 붙어 성경공부와 기도모임 등을 진행하다가 사달이 났다.

코로나 확산세가 끝날 듯하다가 다시 고개를 드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데, 교회가 한몫하고 있다. 교회가 방역에 앞장서야 할 책무는 없지만, 최소한 지장을 초래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대로 가면 우리 사회가 언제쯤이나 코로나 공포에서 벗어나게 될지를 가늠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살아가기 바쁜 소시민들도 가족과 사회를 지키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르고 있다. 교회가 이러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짐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회에 대한 사람들의 인내가 임계점에 이르렀다. 종교의 자유를 내세우기 이전에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장 종교활동이 이웃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지는 않은지 새겨봐야 한다. 어떤 사람은 코로나와 교회가 악연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악연은 교회 스스로 만든 것이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최소한, 가뜩이나 불안한 국민들이 종교집회에까지 신경을 쓰지 않게끔 해줄 수는 없겠는가.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