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좁은 공간서 종교 모임
마스크 없이 노래 부르고 대화
시, 소규모 교회 손놓고 있다가
'사후약방문'식 점검 대책 내놔

 

종교시설이 다시 코로나19 집단감염 진원지로 떠올랐다. '대구 신천지' 사태 이후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있는 소규모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다시 코로나19 감염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인천에서 이틀 만에 코로나19 확진자로 24명이 확인된 가운데, 이들로 인한 접촉자 수는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시는 1일 추가 접촉자로 교회 신도 67명을 파악하고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09번 확진자 감염률, 3명당 2명꼴

부평구 교회 목사인 A(57·209번 확진자)씨는 지난달 31일 코로나19 검체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A씨가 지난 28일 나타난 근육통 증상으로 방문한 인근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권유하면서 확진자가 처음 방역 당국 레이더망으로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이미 A씨는 수차례 모임을 가지며 접촉자 다수와 바이러스를 주고받은 뒤였다. A씨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이들은 30명. 이 가운데 음성 판정을 받은 7명을 제외하면 A씨와 접촉력을 가진 이들의 감염률은 77.4%에 달한다. 이들이 진술한 1차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열린 성경공부 모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 모임 특성상 참석자들은 밀접하게 마주 앉아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여기에 이들은 사흘간 연이어 모임을 가지면서 바이러스 노출도를 급격하게 높였다.

고광필 인천시 감염병 관리지원단 부단장은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밀접하게 앉아 노래를 부르고 대화를 한 데다 (여러 차례 모임으로) 바이러스 노출 빈도가 잦아지면서 감염률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처럼 감염률이 높은 사례가 (전국적으로) 많지는 않다. 구로구 콜센터조차도 양성 비율이 절반을 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방역 사각지대' 소규모 종교시설

A씨는 이른바 '개척교회'라 불리는 신생 교회 목사로 일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와 접촉해 감염된 목사 14명의 교회도 신도가 채 10명도 되지 않는다. 앞서 학원 강사 인천 102번 확진자로부터 감염된 고등학생 2명으로 인해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았던 대형 교회 2곳 신도 762명에 비하면 적은 규모에 속한다. 그런데도 이들 모임에서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참석자 사이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는 빠르게 진행됐다.

소규모 종교시설을 대상으로는 시 차원의 방역수칙 점검조차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현황 파악조차 어렵다”는 이유로 기독교 단체 등에 소속된 대형 교회를 위주로 점검을 이어왔으며 사실상 소규모 교회는 '사각지대'로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집단감염 사태가 터진 직후에야 10개 군·구와 소규모 종교시설 등을 대상으로 '생활 속 거리 두기' 이행 여부를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처음 내놨다. 또 시가 파악한 종교시설 4234곳에 대해서도 집합제한 조처를 내리는 방향도 추가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찬훈 시 문화관광국장은 “이전까지 대형 교회 위주로 점검이 이뤄졌으며 소규모 종교시설 점검이 이뤄진 바가 없다. 향후 인천기독교총연합회를 통해 예배와 소모임 등을 자제해달라고 안내하고 점검하겠다”면서 “현재 종교시설에 대해서는 별도의 행정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추후 집합제한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