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경찰청, 수사 진행 밝혀
이천 화재 참사 총체적 부실
소방시설·유도등 없이 작업
설계도 없는 부분 임의 시공
원청·시공사 위반 근거 확보
▲ 38명이 숨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를 수사하고 있는 배용주 경기남부청장은 1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총체적인 안전관리 부실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12일 4차 합동감식 모습. /인천일보DB

38명의 희생자를 낸 이천 물류창고 참사는 수사 중인 경찰도 놀랄 정도로 안전관리와 부실시공이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사인 건우가 맡았던 과거 건설현장에서도 안전사고가 수차례 났고, 노동청 점검과정에서 안전수칙을 어긴 점들도 지적받았던 사실도 확인됐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1일 “건축주 한익스프레스와 시공사 건우가 이익 등을 위해 공사 기간을 줄이려고 시도한 근거를 확보했다”며 “수사 진행 상황을 보면 놀랄 정도로 총체적인 안전관리 부실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기남부청은 사고 직후 수사팀을 꾸려 화재 원인과 별개로 현장 안전 위반 등에 대한 부분을 수사해 왔다.

현재까지 한익스프레스 관계자 등 80명 이상을 140차례 이상 조사해 설계도에 없는 부분을 임의로 시공하거나, 용접과 배관공사 등 위험한 공사를 병행한 정황도 확인했다.

또 사고 현장에 임시 소방시설이나 화재 유도등 등 안전장치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한 것도 확인했다.

경기남부청은 현재까지 이런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한익스프레스 관계자를 비롯해 1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건축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배 청장은 “발주처, 시공사 등 대표가 모두 같았던 2008년 이천 냉동창고 참사와 달리 관련자들이 많아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이 든다”며 수사가 장기화하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건설현장에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공기를 단축하는 일들이 공사 관행일 수 있으나 사고 당일에 영향을 미쳤다”며 “앞으로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피의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입건한 피의자들은 각각의 책임 정도에 따라 구속 영장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남부청은 이와 별개로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과수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국과수에서 4차례 합동 감식 자료와 현장 공정과정, 목격잔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배용주 청장은 “중대한 사항이기에 과거 어떤 사건보다도 수사를 엄중하게 해야 한다”면서 “국과수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책임 있는 결과를 내면 정확한 원인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오후 1시32분쯤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