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큰 이슈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의 조 도널슨 교수는 2020년 5월11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들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게재하면서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의 농도를 분석해 사람간의 유대관계가 친밀하고 밀접할 때 옥시토신 분비가 증가함을 보고했다.

2005년 취리히대 연구진도 옥시토신을 인위적으로 사람의 코에 뿌릴 경우 대조군에 비해 상호간 신뢰감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힌 적이 있다. 인간은 이와 같은 친숙한 상대 또는 감정적인 교감을 통해 마음이 이완되며 평정심을 유지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본능적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경우 뭔가 불안한 정서에 휩싸이게 된다. 키에르케고르가 불안의 개념에서 밝혔듯이 인간은 종류에 관계없이 특정 감정상태에 빠지면 불안을 느낀다고 한다.

현재 인류는 이러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심리적으로 뭔가 불안정하고 예민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톨스토이가 얘기했듯이 모르는 사람과 60cm 정도의 간격을 두고라도 하루라도 버티라고 하면 그것은 지옥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옥시토신이 분비되는게 아니라 오히려 초긴장의 경직되고 어색한 답답함이 부지불식간에 양자간에 팽배해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사회적 격리에 따른 정서적 괴리에서 오는 불안감에 의한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자극해 거의 중독성 마비에 이르는 수준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상호간 이격거리에 따른 친밀도를 구분한 기준을 보면 45~50cm인 경우 밀접한 관계, 0.5~1.2m는 사적인 관계, 1.2~3m인 경우 우리가 소위 말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그리고 3.5m 이상인 경우 더 이상의 상호간 친밀도와는 관계가 거의 없는 이격거리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톨스토이가 얘기한 바와 같이 60cm의 상호간 이격거리라는 것은 사적인 친밀도를 의미하는 거리라서 서로 처음 본 사람끼리 하루 지내는 것은 거의 죽을 만큼의 큰 고통이라는 것이 이해가 간다.

5월22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언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대들의 모임은 최소화해 달라는 취지의 말이 결국 인간의 본능적인 이끌림, 즉 특정 호르몬 분비의 인위적인 억제를 주문한 것과 같을 것이다. 현재 우리 학교 주변에서도 코로나 확진 시설이 확인되어 우리 대학 구성원과 인근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교직원 및 그 식구들까지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부분의 강의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학생과 교수와의 거리가 상호간 전혀 밀접한 관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시공간으로 벌어지면서 정서적_감정적 교류가 있을 수도 없는 거의 무심의 심연으로 빠져들어 예년과 같은 학생들의 교수에 대해 소위 '갑질'이라는 류의 민원은 전혀 없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일정한 거리 유지는 자연계에서도 늘상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특정 어류의 암수 개체수의 자연적인 조절에 따라 그 밀도를 적절하게 조절하거나 목초의 성장에서도 그 개체의 밀도가 높으면 성장이 더디거나 병충해에 대한 면역력이 저하되어 인위적으로 인간이 그 밀도를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하게 된다. 마치 인간이 분비하는 옥시토신과 같이 식생의 성장을 조절하는 촉진제의 분비가 원활치 못하거나 광합성이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해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좀 더 확장해서 우주로 들어가 보면 우리 은하계도 각각의 별들이 상호간 공전과 자전을 하면서 일정거리를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갖고 있다. 은하계를 넘어 각각의 성운과 성단도 독립적으로 무리를 지어 집단적으로 공전과 자전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주기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긴 시간을 두고 전개된다고 한다. 때론 우주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한 혜성이나 운석이 지구 근처로 접근해 우주과학자들을 바짝 긴장하게도 한다. 이와 같이 우주의 별들도 일정간격을 유지하면서 일정의 호르몬과 같은 향유의 축복을 만끽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그렇지 않고 그 공전과 자전에 따른 구심력과 원심력에 따른 힘의 균형이 깨지면 우주는 혼돈의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우리가 맞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도 인간이 바이러스와의 일정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자연의 섭리를 무지몽매하게 한순간 저버리고 억지스러운 밀접 접촉을 감행해 촉발된 것이 아닌가 한다. 하여튼 우리가 직면한 전지구적인 현재의 위기를 서로 긴밀히 협력해, 서로 일정거리를 둘 필요없이 지옥 같은 밀접상태가 되더라도, 빠른 시일내에 극복하길 간절히 갈망할 따름이다.

 

 

김창균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