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에서 이성 교제 중에 벌어지는 이른바 '데이트 폭력'이 불과 2년 만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근본적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26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1746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6년 1023건에서 2017년 871건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2018년(1582건)부터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1일 인천지법에서는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상해)로 기소된 유명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 A(26)씨가 징역 1년4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해 6월 인천 남동구 한 오피스텔에서 20대 여자친구를 폭행해 얼굴 등에 전치 8주의 부상을 입힌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경찰은 주로 남성들이 데이트 폭력을 저지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전체 신고 건수 1746건 중 남성 가해자가 78.5%(1372건), 여성 가해자가 10.9%(191건)로 7배 이상 큰 차이를 보였다. 나머지 183건은 남녀가 서로 폭행한 쌍방 데이트 폭력 신고로 접수됐다. 여기에 데이트 폭력이 사법 처리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신고 건수 1746건 가운데 형사처벌을 받은 인원은 53.3%(931명)에 그쳤다.

데이트 폭력 피해를 당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가 많을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16년 펴낸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조사 결과와 과제' 보고서에선 데이트 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성인 여성 627명 중 95.2%(597명)가 피해를 당한 뒤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은 피해자 연령에 상관없이 신체적·심리적 고통과 가족 갈등, 사회적 위기, 나아가 심각한 후유증과 극심한 부적응을 초래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도연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장은 “데이트 폭력을 겪게 되면 자존감이 저하되고 대인 기피증에 걸릴 뿐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해당 범행이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지속적, 반복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해 처벌 수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달 말 임기 종료를 앞둔 20대 국회에서 데이트 폭력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지원을 담은 법안이 5건이나 발의됐지만 모두 처리되지 못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