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현동 미추홀구 나무은행에 주민들이 무단 경작으로 가꾼 텃밭이 조성돼 있다.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는데도 버젓이 무단경작을 하고 있으니 법이 우스운가 봅니다.”

26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용현5동 일대 도로 변 공터에 상추와 깻잎 등 각종 작물이 자라고 있는 텃밭이 눈에 띄었다. 텃밭은 겉보기에 너저분했지만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니 오랜 시간 가꿔온 듯 나름대로 구역이 나뉘어 있었다. 텃밭마다 울타리를 설치해 구역을 구분하고 경작물이 잘 자라도록 나뭇가지를 덧대기도 했다.

텃밭 주변에는 주민들의 경작 활동이 무색하게 '국유재산 내 무단경작을 금지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이를 위반할 경우 국유재산법 제82조에 의거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경고도 적혔다.

이날도 텃밭을 가꾸기 위해 나온 한 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주변에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주민은 텃밭에 물을 주며 잡초를 제거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산책을 하다가 무단경작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용현동 주민 A(65)씨는 “무단경작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없지만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도 법을 지키지 않고 불법행위를 저지른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공터 주변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와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들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추홀구에 따르면 2350㎡의 해당 공터는 자연녹지지구로 당초 주민들이 나무를 임시로 식재하거나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가져갈 수 있는 '나무은행'으로 조성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은행의 기능이 사라졌고 비어 있는 부지에 주민들이 경작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민원이 잇따라 제기돼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나가 현수막을 설치하고 주민들과 겨울에 수확이 끝나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논의했지만 이행되지 않는 실정이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무단 경작의 경우 처벌 시 수확물에 대한 보상비도 지급해야 해 예산을 따로 편성하는 등 한계가 있다”며 “주민들이 특정 작업을 할 때만 텃밭에 나와 현장 단속을 나가더라도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