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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의 사진이 꿈꾸는 세상 - 포토에세이] 오래 묵은 것이 주는 선물
[김성환의 사진이 꿈꾸는 세상 - 포토에세이] 오래 묵은 것이 주는 선물
  • 인천일보
  • 승인 2020.05.26 17:49
  • 수정 2020.05.26 17:46
  • 2020.05.27 경기판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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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강화 조양방직아트갤러리. 2020년.

혈압이 높아져 얼마 전부터 현미식을 해오고 있다. 두 달 새 체중이 4㎏이나 빠졌다. 장롱 깊숙이 두었던 20년 된 양복을 꺼내 입었더니 맞춤옷이다. “새로 샀냐”고 묻는 딸에게 “아니다”라고 했더니 “요즘 유행하는 양복인데 뭐가 아니냐”며 듣기 좋은 핀잔을 던진다. 유행은 돌고 돈다.

불현듯 '레트로(RETRO)'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Retrospect'를 줄인 말인 레트로는 과거에 존재했거나 유행했던 것이 다시 현재에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유행을 일컫는다. 처음에는 패션 분야에서 시작된 유행이 이제는 인테리어나 음악 분야까지 확대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지난주 강화 '조양방직아트갤러리'를 찾았다. 이곳은 서구 가좌동에 있는 '코스모40'과 함께 어느덧 인천을 대표하는 레트로의 상징이 되었다. 아날로그적인 향수를 자극하며 재해석된 공간은 마치 신상품과 같은 신선함으로 와닿는다.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일했을 그 자리에는 이제 커피 향을 음미하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혼합(blend of old and new)을 통한 신개념 광고와 마케팅 전략이 침체된 지역 경기를 살리고 있는 생생한 현장이다.

인천에는 아직도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내재한 오래된 공간들이 여러 곳에 산재해 있다. 최근 다녀온 동구 만석동 소재 동일방직 터는 이런 가능성을 담고 있는 대표적인 장소다. 한때 대한민국의 가정 경제를 책임지며 근대화에 앞장섰던 우리의 영원한 누이들의 땀과 아픔을 간직한 공간이다. 뉴트로 감성을 품은 인천의 대표적인 갤러리와 미술관, 카페로 얼마든지 거듭날 수 있는 곳이다. 머지않아 그곳에서 향기 그윽한 커피 잔을 기울이며 행복한 미소를 지을 그날을 꿈꾸어 본다.

/포토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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