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고발로 시작…삼성 "조작 없다"
'승계 포기' 선언했던 대국민 사과는 국정농단 재판과 관련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 조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경제 범죄형사부는 이날 이 부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두고 불거진 각종 불법 의혹과 관련해 그룹 미래전략실 등과 주고받은 지시·보고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뒤 귀국한 이 부회장. 2020.5.2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4세 경영' 포기를 전격 발표한 뒤 20일만이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검찰과 삼성 측의 쟁점 사항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두고 불거진 각종 의혹과 그룹 미래전략실 등과의 지시·보고 관계다.

검찰은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산정돼 총수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됐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지분 23.2%만 보유하고 있었는데,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의 주가를 떨어뜨려 무리한 합병을 추진했다는 것이 혐의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가치를 고의로 조작한 적도 없거니와 '승계 프레임'도 검찰의 확대해석이라고 줄곧 주장해 오고 있다. 이번 수사는 애초 증권선물위원회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고발 당시만 해도 경영권 승계 관련 내용은 없었지만, 검찰이 분식회계를 '승계 프레임'으로 변형시켰다는 게 삼성의 주장이다.

또한 삼성은 바이오산업의 성장성을 고려해 회계 장부에 반영한 것이어서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렸다고 볼 순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밖에 검찰은 삼성이 삼성물산의 수주 사실을 합병 이후에 공개하는 등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렸다고 보고 있지만, 삼성 측은 시세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검찰 소환은 이재용 부회장의 '4세 경영 포기' 선언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4세 경영 포기' 내용이 포함된 대국민 사과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은 이번 중앙지검 수사와는 별도로 특검 수사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재판이다.

지난해 10∼12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준법감시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와 관련된 양형 반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이 부회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주문했다. 이에 삼성 측은 약 한 달간의 추가 유예 기간을 요청한 뒤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러나 검찰은 재판부의 양형 판단 기준을 인정할 수 없다고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면서 현재는 파기환송심이 미뤄지고 있다.

국정농단 관련 사건 파기환송심에 대한 검찰의 반발과 합병·승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지며 삼성의 사법 리스크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에 대해 법원에서 위중한 판결을 내릴 때 자칫 삼성의 경영이 혼돈에 빠질 우려가 있다. 이는 향후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삼성 측이 긴장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