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옹진군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5도 섬 지역 주민들이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서해 최북단 백령도 및 서해5도 섬들의 열악한 의료시설 등을 지원해 달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이달 21일자로 올라와 있다.

백령도에 사는 청년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최근 20대 여성이 음주 차량에 치여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고와 관련해 섬 지역에 전문 의료진이 없어 응급처치 골든타임을 놓친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고가 일어난 당일 음주 차량에 치인 여성은 병원에 이송됐지만 완벽한 치료가 아닌 응급치료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기다리던 응급헬기는 기상 악화로 뜨지도 못했다”며 “결국 응급수술팀이 배를 타고 입도해 수술에 들어갔지만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50일 된 아이는 엄마를 볼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능 좋은 헬기를 지원해 달라는 것보다 응급수술이 가능한 전문 의료진을 섬에 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국민청원은 이날까지 3000여명이 동의했다.

군에 따르면 백령병원에 배치된 의사는 총 9명이다. 이들 중 대다수가 공중보건의이며 외과 분야 의사는 없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백령도와 인근 대청·소청도 주민들은 맹장 수술 등과 같은 외과 진료를 보기 위해선 육지로 나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홍남곤 옹진군의원은 “백령병원이 종합병원으로 기능하기 위해선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가 필요하다”며 “외과 수술 중 비교적 간단하다는 맹장 수술도 백령도에선 쉽게 해결할 수 없다. 과거 외과 전문의가 없어서 맹장염이 복막염 등으로 번지기 일쑤였다”고 꼬집었다.

군과 백령병원은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의료진 충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섬 지역이다 보니 의료진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좀 더 실력 있는 의사들이 섬 지역에 근무하면 좋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전문의를 데려오기 힘들다 보니 일반의라도 구해보기 위해 군과 백령병원이 함께 노력하고 있지만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