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 생활필수품 '휴대전화'가 폭행죄에 사용되면 흉기와 같은 '위험한 물건'이 될까, 안 될까.”

일선 판사들이 이런 물음에 각기 다른 판단을 내려 혼선이 일고 있다. 법조인들 사이에선 휴대전화로 상처를 줄 정도로 상해 또는 폭행을 가하면 위험한 물건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항상 몸에 지니는 도구인 휴대전화를 범죄 도구로 봐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A(50)씨는 지난해 3월29일 오전 1시쯤 인천 남동구 자신의 집에서 동거인 B(34·여)씨에게 “너 남자 생겼지, 그래서 집에서 나가려고 하는 것 아니냐”라며 휴대전화로 B씨의 머리를 한 차례 때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휴대전화로 폭행을 했다며 단순 폭행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수폭행죄'를 적용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같은 해 8월 당시 인천지법 형사3단독 정병실 판사는 사회 통념상 휴대전화를 위험한 물건으로 보기 어렵다며 특수폭행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특수폭행죄가 성립되려면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껴야 하는데 A씨가 휴대전화를 사용한 행위에는 그런 위험이 없었다는 의미다.

다만 정 판사는 A씨의 다른 특수폭행(돌·곡괭이 자루 사용)과 특수협박, 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인정해 그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초 폭행에 사용된 휴대전화는 위험한 물건으로 봐야 한다는 정반대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황여진 판사는 올 3월 선고 공판을 열고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C(25)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C씨는 지난해 2월 평소 감정이 좋지 않던 직장 동료 두 명과 회식을 하다가 말다툼을 벌인 끝에 휴대전화로 동료의 눈 부위를 때리고, 이를 말리는 다른 동료의 뒤통수도 휴대전화로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황 판사는 “피고인은 휴대전화를 피해자들의 신체에 해를 가하는 데 직접 사용했다”며 특수상해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처럼 폭행에 사용된 휴대전화를 두고 판결이 엇갈리자 법조계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최근 법원에서는 폭행 당시 상황과 피해 수준 등을 고려해 휴대전화를 위험한 물건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면서도 “그렇지만 유사 사건의 피고인을 변호하게 되면 나 역시 휴대전화를 범죄 도구로 봐선 안 된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