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몽'…가까운 두 학교 먼 공감대

학습여건 저하·불편 여부 이유
대원중 학부모등 완고한 반대
교육청도 필요 인정뿐 소극적
또다른 교육차별 '불편한 진실'
▲ 담벼락을 사이에 둔 중학교 두곳이 한쪽 학교에서는 식당 따뜻한 밥을, 맞은편 학교에서는 분필 가루 날리는 교실에서 찬밥을 제공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왼쪽)은 대원중학교와 금광중학교를 연결하는 급식 통로(붉은 점선)의 모습. 오른쪽 사진은 금광중학교에서 대원중학교로 이어지는 급식 통로.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같은 공립 남녀공학 중학교인 성남 대원중과 금광중이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찬밥과 더운밥을 먹으면서 학교를 통합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으나 논의는 첫걸음만 떼고 멈췄다.

금광중 학부모 등이 학교통합을 요구하는 이유는 행정 낭비와 서로 다른 교육여건 등을 개선하기 위함인데, 대원중 학부모와 교직원 등은 학습여건 저하와 학생들의 불편이 없다는 이유로 통합을 반대하고 있다.

25일 성남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도교육청과 성남교육지원청, 대원중학교, 금광중학교 관계자는 두 학교의 통합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금광중 학부모 등을 중심으로 통합을 요구하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고, 교육부가 300인 이하 중학교를 소규모학교로 분류하고 통합검토 대상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대원중 학생 수는 180여명으로 교육부 기준상 소규모학교에 속한다.

금광중 학부모 등은 두 학교가 바로 옆에 붙어있으면서도 금광중은 급식실과 체육관이 없고, 교원당 학생 수가 많은 등 '차별'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광중과 대원중 모두 공립 남녀공학 중학교인 점에서 붙어있는 두 학교를 통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애초 금광중 대원중은 개교 당시만 하더라도 공립 남녀공학과 공립 여학교로 형태가 달랐다.

그러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2013년 대원 여중이 명칭을 대원중학교로 바꾸면서 두 학교의 형태가 같아졌다.

금광중 학부모 A씨는 “통합되면 아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을뿐더러 행정비용도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금광중 실내체육관을 별도로 지을 필요가 없어 수십억 원의 건립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금광중 관계자는 “두 학교가 같은 급식실에서 조리된 음식을 먹다 보니 학사일정을 정할 때도 어려운 점이 많다. 학교 기념행사가 있을 때는 종종 대원중 체육관을 빌리기도 하지만, 통상 체육수업 등에는 사용할 수가 없다”며 “통합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학교의 통합논의는 대원중 교직원과 학부모 등의 완고한 반대에 부딪혔다.

대원중 학부모 B씨는 “굳이 학교를 통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대원중은 학급 수가 적어 학생들이 교원들과 밀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통합해 학급이 늘어난다면 교육의 질이 (통합전과) 어마어마하게 차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원중 관계자 역시 “양 학교의 학부모가 모두 찬성한다면 통합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 생각한다”며 “통합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교직원들의 사기저하가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통합논의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재까지 진행 중인 논의는 없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성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금광중 학부모 등이 대원중과의 통합을 요구하고 있는 부분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학교를 통합하는 것은 양 학교의 학부모와 교직원 등의 공감대가 일치해야 한다. 현재는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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