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지원금 신청 어려움
절차 까다롭고 대상 불명확
고용보험 등 '법 개선' 시급

A(57·여)씨는 매일 아침 17살 아들 얼굴을 볼 때마다 어깨가 무거워진다. 고등학교에 갓 들어갔지만 변변한 선물 하나 해주지 못했다. 그러면서 여윳돈이 생긴다면 먼저 선물 하나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A씨는 이천에서 초·중학교 방과 후 교사로 일했다. 매일 3~4시간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면서 한 달 120만원 정도 받았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이지만 남편이 벌어오는 180만원 등 300만원으로 아등바등 살아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3월부터는 아예 받지 못했다.

고등학교 입학비 40만원도 제대로 낼 수 없게 되자 보험적금도 해지했다. 이 돈으로 두 달 남짓을 버텼지만 이미 바닥났다.

최근 경기도와 각 지자체 등에서 A씨와 같이 어려움을 겪는 특수고용노동자(특수노동자)에게 3달간 총 150만원을 지원하는 대책을 내놨다. A씨는 한시름 놓을 수 있다는 기대를 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복병을 만났다. 신청 절차가 까다로운 데다, 지원 대상에 포함될 지도 불명확했기 때문이다.

우선 수입이 없고, 직장을 잃었다는 내용증명서인 '노무 미제공확인서'를 떼는 일부터 난관이었다. 일일이 학교를 찾아다니면서 직접 받아야 했다. 또 건강보험료를 가구소득 중위 150% 이상 내지 않았다는 증명서도 관계기관을 찾아다니면서 받아 제출해야 했다.

A씨는 “건강보험료에 대한 증명서를 바로 뗄 수 없고, 내가 보험료를 낸 날에 맞춰 가야만 해 2주 정도 발품을 팔아서 서류를 가까스로 냈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건강보험료를 밀린 사람은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돈이 없어 완납할 수도 없는 상황에 부닥친 동료들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학습지 노동자 B(45)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3~4월 소득·매출이 25% 이상 감소한 이들이 지원 대상인데, 1~2달 전 실적 기준으로 월급을 받아 '소득이 줄었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령 1~2월 각 가정을 방문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친 것에 대한 월급은 3월에 나오는 방식이다.

B씨는 “3월부터 본격적으로 가정 방문을 하지 못하면서 4~5월 월급은 거의 0원이다”며 “그런데 기준점이 달라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정부와 경기도, 각 지자체가 코로나19로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특수노동자들을 돕고 있지만, 모두를 아우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문제가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특수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법적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경기연구원이 2019년 낸 '경기도 청년 비전형 노동실태와 제도적 보호방안'을 보면 도내 특수노동자는 2만4000여명이다.

학습지 노동자, 골프장 캐디, 대리운전노동자 등 직종도 다양하다.

정규직 노동자와 달리 특수노동자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자영업자 또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고용보험 적용대상이 되지 못하면서 일감이 줄거나, 해고 등으로 소득이 줄어도 도울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고용보험 적용 대상자는 생활 안정과 조기 재취업에 필요한 실업급여를 받는 등 사회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등 노동계는 이런 이유로 특수노동자의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수년째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8년 11월6일 한정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강서구 병)이 실업상태에 있는 예술인, 특수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돕기 위한 고용보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프리랜서 예술인만 대상에 포함하는 데 그쳤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관계자는 “이들은 사회적인 위기에 가장 취약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로 인해 생계가 막막하지만 어떠한 사회적 안전망도 없다. 하루 일찍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