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는 재개발과 건축 관련 민원이 산재한 지역이다. 재개발을 앞둔 지역에서 벌어지는 주민 갈등도 흔하다. 이제는 구의원도 전문성을 갖고 의정 활동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란영(비례대표) 미추홀구 의원은 의회에 들어온 이후 '건축공학도'라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의회와 집행부 사이에서 논의되는 현안 중 건축과 이어지는 내용이 많아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것이다. 날카로운 비판과 지적을 넘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싶다는 김 의원은 최근 24시간이 모자랄 정도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공부하는 구의원

김 의원은 비례대표답지 않은 면모로 의회에서 정확한 지적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각종 현안 자료와 책이 높게 쌓여 있는 그의 사무실 만 보더라도 남다른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여자 의원이라는 이유로 건축이나 공학 분야의 문외한이 돼서는 안 된다고 느낀 김 의원은 청운대학교 건축공학과에 입학해 학업에 매진 중이다.

“의회에 들어와 보니 단순히 현안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만으로 한계가 있더라고요. 주민의 대표로 집행부와 동등한 위치에서 논의하고 대안을 찾으려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 건축공학과 입학을 결정했죠.”

김 의원의 원래 전공은 보건과 사회복지 분야다. 건축공학은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분야였다. 밤낮으로 의정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생전 들어보지 못한 낯선 용어를 익히고 과제를 해나가야 했다.

“주민들의 힘으로 한계가 있는 민원과 현안을 해결하고 싶어서 의회에 들어왔는데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어요. 지난 2년간 느낀 것은 집행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였죠. 공부를 하다 보니 그동안 사회적인 경험과 귀동냥으로 전해 들은 것은 빙산의 일각임을 깨닫고 겸손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진정성 있는 주민의 대표

김 의원의 정치 철학은 지역과 주민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일하는 것이다. 문제가 해결돼 주민들이 기뻐하는 모습이 그에게는 가장 큰 보람이기 때문이다.

의원이 되기 전 20여년 간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친 김 의원은 2000시간이 넘는 봉사 시간으로 표창을 받기도 했다. 홀몸노인과 한부모 가정을 돕고자 본인의 집 일부를 헐어 주방으로 개조해 10년간 음식을 만들어 지원한 바 있다.

“원래 봉사 자체에만 목적을 뒀지 정치에는 큰 생각이 없었어요. 하지만 진정으로 주민을 위해 일하려면 의회에 입성해야 한다는 것을 점점 느꼈죠.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정치 입문을 결정했고 지금도 봉사하던 때처럼 진정성을 담아 주민의 대표 역할을 해야 된다는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미추홀구가 송도와 청라 등 신도시와 연결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낼 가능성이 큰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또 수봉산과 문학산이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 신도시와 견줄 만한 재생도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추홀구는 발전 가능성이 많다고 봐요. 인하대와 청운대라는 지식인들의 터전도 있고 또 녹지를 확보해 살기 좋은 주거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의원의 하반기 목표는 의회 운영위원장이다.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사안들을 깊이 있게 다뤄보고 싶다는 각오다.

“의회가 의회답게 변해야 주민들이 살기 좋은 지역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어요. 주민들에게 칭찬받는 의회를 이끌어 가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글·사진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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