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보호대 끼고 멀찍이 인사
하루 2회 열 재는 등 긴장감 속
마스크 쓴 얼굴엔 설렘 가득해

확진 동선 불명확 5개구 66곳
우선 내일까지 등교개학 미뤄
오늘 학평 온라인으로 치러야
전국석차 확인 못하게 돼 불만
▲ 인천지역 고3 학생 등교가 시작된 20일 부평구 인천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발열 검사를 받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코로나19로 굳게 닫혔던 교문이 열렸다. 등교가 미뤄진 지 80일만인 20일 인천지역 고3 학생이 처음으로 등교했다.

그러나 감염병 확산이 이어지면서 인천 전체 학생 중 절반은 수업 중간에 귀가 조처되는 반쪽짜리 등교 수업이 이뤄졌다.

20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등교 대상은 당초 인천지역 125곳 3학년 학생 2만4358명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미추홀·연수·중·동·남동구 지역 고3학생 등교는 취소됐다.

코로나19로 등교가 연거푸 연기되면서 이날 교사와 제자 간 공식적인 첫 만남이 이뤄졌다. 새 학기, 새 친구를 만나는 반가운 마음에도 예년과는 다른 풍경 속에 등교가 이뤄졌다.

명신여고 등에서 학생들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대신 서로 간격을 띄운 채 열화상 카메라로 발열 체크를 했고, 교실에서는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이 진행됐다. 감염 우려로 급식시간에도 학생들은 지정된 자리에 일렬로 앉아 점심을 먹었다.

윤인리 명신여고 교감은 “거리를 유지한 채 등교를 할 수 있도록 1m 간격으로 정문에서 입구까지 발바닥 모양의 스티커를 붙였다”며 “고교 학점제 연구·선도 학교로 학생들이 이동 수업을 해야 하지만 교사가 교실을 옮겨 다니면서 진행하는 것으로 우선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도서 지역에 위치한 영흥·백령·연평·덕적고교에서도 이날 첫 대면 수업이 이뤄졌다.

그러나 감염병 확산이 이어지면서 미추홀구 등 5개 지역의 등교 시점은 불투명해졌다.

 

▲소풍 가는 날 같던 첫 등굣길

“얘들아, 우리 무사히 살아서 만났구나.”

20일 오전 9시 인천 명신여고 3학년 7반 교실. 이승주 담임 교사는 온라인 수업으로 만나던 20여명의 학생과 뜻깊은 첫 조례 시간을 가졌다. 반가운 마음에 다 함께 박수를 치고 조례를 시작한 이 교사는 페이스 쉴드(안면보호대)를 쓴 채 출석을 부른 뒤 학생들에게 학교생활 수칙을 설명했다. 환기를 위해 창문은 모두 열어두고, 아이들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 교사는 “감염 우려 때문에 마스크에다 페이스쉴드를 썼는데 혹시라도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것 같아 교실 뒤편에 확성기를 뒀다”며 “등교, 점심시간 전 총 2회 체온을 측정하고, 급식부장을 중심으로 다른 반 아이들과 겹치지 않게 점심을 먹는다”고 설명했다.

인천외고도 오전 7시30분부터 고3 학생들을 맞이했다. 출입구에서 교직원들은 1~2학년 함께 지냈던 학생들의 얼굴이 보이자 환한 얼굴로 아이들을 반겼다.

한편 이날 오전 8시 서구 신현고등학교 화단에 노란 바람개비가 세찬 바람을 맞으며 빙그르르 돌아가고 있다. 80일 만에 등교하는 학생들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교사들이 전날부터 준비한 행사다. 노란색은 만남을 상징하는 색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수업을 하자는 교사들의 바람이 담겼다.

바람개비 덕분인지 마스크 위로 보이는 학생들의 표정엔 설렘뿐이었다.

하얀 방호복을 입은 교사들은 학생들 맞이에 분주했다. 반갑게 인사를 하는 한편 2m 이상 거리 유지를 강조했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도 담임 교사 인솔 하에 거리두기가 이뤄졌다. 이날 학생들은 교사 지도 아래 방역사항을 준수하며 무사히 하교를 마쳤다.

박대훈 신현고 교사는 “등교 첫날 마치 소풍 가는 날처럼 긴장돼서 일찍 학교에 온 학생들도 여럿 있었다”며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불안감을 떨쳐 낼 수 없지만 학생들이 최대한 쾌적한 환경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학평 어쩌나…아수라장된 고3교실

등교 수업 첫날부터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인천 미추홀구와 연수구 등의 향후 등교 여부는 미지수다. 더구나 해당 지역 학생들은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도 온라인으로 치러야 해 타지역간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불만도 나온다.

20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미추홀구와 연수·중·동·남동구 내 학교 66곳은 등교 수업을 미루고 22일까지 원격 수업이 진행된다. 등교 재개 여부는 학교별로 22일 오후쯤 결정된다. 나머지 5개 지자체 학교의 등교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앞서 이날 등교 직전 새벽에 A(18)군 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추가 감염을 우려해 등교 2시간 만에 인근에 있는 5개 지자체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귀가 조처가 내려졌다. 코로나19 확진 학생들의 동선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동선이 얽힌 지역의 등교가 중지된 것이다.

원격 수업 전환에 이어 당장 21일 예정된 학평도 미추홀구 등 5개 지자체 학생들은 원격으로 치러야 한다. 시험지를 전자우편으로 받거나 업로드된 서버에서 다운을 받아 시험을 보고, 개인이 가채점하는 방식이다. 5개 지자체 학생들은 전국 학평 성적 취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시험 후 발표되는 전국 백분위를 통해 자신의 예상 석차를 확인해야 해 수험생 사이에서 불만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학부모와 학생들은 불안감을 쏟아냈다. 향후 감염 확산세에 따라 원격 수업이 특정 지역에서만 이뤄질 경우 혹시 우리 아이가 다른 지역 아이들보다 뒤처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정상 등교를 하는 학생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계양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노 모(18)양은 “수업 도중에 재난문자가 계속 와서 코로나19가 순식간에 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다”며 “계속 학교를 나와야 하는데 수업하는 중에 또 얼마나 많은 확진자가 나올지 벌써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회진·이아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